[표지이야기:연재기획②] ‘모두의 화장실’, 당신의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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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화장실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

지난달 24일 전체학생대표자대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비상대책위원위(이하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을 “8~9월 사이 우리대학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우리대학 익명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서 모두의 화장실 추진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장애인성소수자 등 모두를 위한 화장실

모두의 화장실은 5년째 우리대학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17년, 제32대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성중립 화장실’을 추진한 것이 시발점이다. 제32대 총학의 성중립 화장실 설치는 학우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실패로 돌아갔다. 제33대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성중립 화장실의 개념에서 벗어나겠다는 시도로 명칭을 바꿨지만, 이 또한 학우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리고 현재, 제36대 비대위가 모두의 화장실을 재차 추진하면서 모두의 화장실을 둘러싼 논의만 5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모두의 화장실은 무엇인가.

현재 제36대 비대위가 계획 중인 모두의 화장실은 나이, 장애유무,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문봄 인권국장은 전학대회에서 모두의 화장실을 “휠체어 장애인의 출입을 위해 한 칸이 매우 넓고, 성별 구분이 없는 화장실”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유아용 변기, 비상벨,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기와 가까운 세면대, 손내림과 발내림 물버튼 등이 있다”며 “다양한 몸, 다양한 성별, 다양한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훈 비대위원장도 지난달 26일, 미디어센터와의 인터뷰에서 “화장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배설권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현재 성공회대에 있는 화장실로는 그 욕구를 해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할 예정이다”며 모두의 화장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인용 양변기와 아동용 양변기가 설치된 아하센터 화장실.

취지엔 공감…소통 없는 일방 추진이 문제
비대위원장, “결정 시간 부족…공론장 열 것”

모두의 화장실이 5년째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요인은 그 당위성이나 취지와는 별개로 학우들의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비판요인은 절차적 문제다. 즉, 모두의 화장실 추진 과정이 과연 민주적 절차였냐는 근본적인 지적이다.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지지 입장문 작성이 만장일치로, 전학대회에서 자치회비 예산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표자가 아닌 학우들의 의견을 묵과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디어센터는 에타에 모두의 화장실과 관련한 글을 게재한 학우들의 입장을 들었다. “비대위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입니다”를 작성한 최인석(사융 1) 학우는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비대위는 학우가 직접 선출한 기구가 아니기에 그는 “그럴수록 더더욱 총학보다 학우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며 사업 진행에 신중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그저 ‘인권에 찬반이 어딨나요?’라는 이유로 모두의 화장실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두의 화장실에 반대하지만,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서강준(사융 1) 학우는 비대위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총학 후보자가 비대위원장을 하는 것부터 문제”라며 “총학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이 총학과 동일한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학생회 회장단이 동의하는 과정에서 학부 구성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소통이 없었다는 비판에 이 비대위원장은 “모두의 화장실은 인터뷰 이틀 전인 24일 전학대회에서 계획이 확정된 사업이다. 그렇기에 학우 여러분과 소통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확정되지 않은 사업을 미리 공지하는 것은 적절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비대위원장은 “학우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과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대위는 앞으로 설명회나 세미나 같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모두의 화장실 예산 4,500만원조달은 어디서?

예산 조달도 학우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비대위는 “새천년관 1층 남녀 화장실을 각각 한 칸씩 두 칸을 모두의 화장실로 바꿀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 인권국장은 “예산은 4,50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두의 화장실 안에 어떠한 장비들을 넣고 구성할지는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따라 예산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용 부담 방안에 대한 질문에 비대위는 “학교에서 총학생회에게 지원해주는 참여예산과 학교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인권국장은 “매년 학교에서 1,500~1,800만원 정도의 참여예산을 지원해준다. 모든 참여예산을 화장실 사업에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35대 비대위는 당시 1,500만원으로 측정됐던 참여예산을 모두 배리어프리 공사에 사용했다.

이에 서 학우는 “우리대학의 재정 상태는 여유로운 편이 아니다”며 “학교의 부족한 재정 상태에도 인권을 위해 화장실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학교로부터 받는 지원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라도 준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 인권국장은 “모두의 화장실은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비용을 학생회가 온전히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대한 학교 측 입장은 어떨까. 박경태 학생복지처장에 따르면 모두의 화장실은 현재 비대위 측 공문이 접수된 상황이다. 절차상 학생들이 희망하는 사업을 요청하면 이를 학교에서 심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설치 전 단계에 돌입한 셈이다. 박 처장은 “학생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사업은 특별하게 반대해야 할 사안이 아니면 지원을 하는 것이 방침”이라며 “비대위에서 접수한 공문을 토대로 공식 논의를 시작해 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견적서를 보고 결정해야겠지만, 학생 관련된 예산 중 일부가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대동제 예산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여부는 총투표에 달려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모두의 화장실 비민주적 추진을 규탄하는 모임’에서 ‘모두의 화장실 반대 연서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정회원 1/10 이상의 연서가 모일 경우, 총투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6월 1일 기준 연서명 참여자는 이미 330명을 넘어섰다. 우리대학 재학생 수가 2,206여명(6월 3일 기준)임을 고려하면 이미 총투표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토대는 갖춰진 상황이다.

모두의 화장실, 실체를 만나다
의혹 해소를 위한 아하센터 방문기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 중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성범죄, 아웃팅 문제가 제기됐다. 일반 화장실에 비해 성별에 따른 공간분리가 미흡할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벌써 5년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그 실체는 모호한 모두의 화장실. 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운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9년 째 운영 중인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아하센터)를 방문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계기를 설명하는 아하센터 박효정 씨.

아하센터 본관 1층에 5개의 각기 다른 구조의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설치돼있다. 첫 번째 칸은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양변기, 바닥에 설치된 물 내림 버튼, 세면대가 있다. 두 번째 칸에는 성인 사이즈 양변기와 아동용 양변기가 함께 설치돼 있고, 또 다른 공간에는 좌변기와 물건을 두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나무로 된 턱이 존재한다. 네 번째 칸에는 남성용 소변기가, 다섯 번째 칸에서는 좌변기가 설치돼 있었다.

아하센터 성문화 활동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효정씨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청소년에게 다양한 성문화 활동을 담보하면서 정체성과 관계에 고민을 던지고, 성(SEX)을 넘어 젠더 이슈 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며 “이러한 목적에 따라 익숙함보다는 낯설고 생경한 질문을 던지는 디자인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에 따르면 주된 콘셉트는 독립형 공간, 그리고 오픈형 공간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인 동시에 모든 칸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막혀 있는 문이 설치돼 있다.

△기존 남자 화장실과 달리 바닥부터 천장까지 문이 달려 있다. 박 씨는 “남성의 사적 공간을 존중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남자 화장실은, 소변기 사이 칸막이만 있는 형태다. 박 씨는 “공중 화장실을 지나가다 보면 우연히 남성들이 소변을 보는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남성의 몸이 보이는 것에 대해 민감성을 가지고, 그들의 사적 영역을 좀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청소년의 또래 문화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 목적 중 하나로 남성의 사적 공간 확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픈형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박 씨는 “집 거실 옆에 (화장실이) 붙어있는 것처럼,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바로 알 수 있게 화장실이 (아하센터) 생활공간 안에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모두의 화장실 추진 중 안전성은 빼놓을 수 없는 의제다. 박 씨는 지금까지 “불법 촬영은 없었다. 실무자들이 체크하기도 하고, 이곳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곳이다 보니까, 불법촬영 점검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공간 자체가 안전할 수 있다는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다양한 픽토그램과 표지판.

반대 42.4% vs 찬성 31.1%

비대위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총 5일간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행했다. 설문 결과, 전체 502명의 응답자 중 42.4%가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31.1%가 매우 긍정, 11.9%가 대체로 긍정을 택했다.

△비대위에서 진행한 모두의 화장실 설문조사 결과.

학우들은 반대 이유로 크게 ▲실질적 사용 불가 ▲예산의 문제 ▲다른 사업의 우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사업 진행 방식 등을 선택했다. 실질적 사용 불가의 이유로는 불법촬영과 성범죄 우려, 아웃팅 위험, 낙인 문제를 꼽았다. 예산 문제로는 예산 부족, 금액에 관한 비대위의 답변 부재가 있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을 선택한 이유에는 당사자가 정말 불편함을 느끼는지, 기존의 장애인 화장실 이용, 극히 소수의 필요 등이 있었다.

사업 진행 방식을 반대 이유로 꼽은 학우들은 소통부족, 처음부터 총투표 실시 필요, 사업 설명 부족 등의 근거를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업의 우선을 택한 학우들은 다수를 위해서 시설, 교육권, 등록금 반환, 취업프로그램, 복지가 우선시 되어야 함을 이유로 뽑았다.

반대가 더 많은 상황에서 비대위의 모두의 화장실 추진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러한 난항 속 가장 필요한 것은 설득과 공론장이다. 33대 총학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 골든벨 같은 선전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하 센터 역시 도입 과정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모임’ ‘청소년 영상작가들’ ‘청소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 모임’ 등 다수의 청소년과 논의를 진행했다. 아하 센터는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설치된 이후에도 청소년들의 반응을 살피고, 화장실이란 공간에 관한 토의를 진행 중이다.

전학대회에서 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이 익숙지 않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모두의 화장실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국내 대학 최초로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될 것이다. 당위성만으로 밀어붙이는 사업이 아닌 과정에서의 민주적 절차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 비대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취재 | 신다인 기자, 김다영 기자
사진 | 김다영 기자
취재지원 | 이채진 수습기자, 홍가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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