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①]1과 2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들

153
지난 2월과 3월, 김기홍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와 변희수 하사의 부고 소식이 연달아 들려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에서 ‘성별불일치가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트랜스젠더는 삶의 다양한 면에서 차별과 혐오를 마주한다. 제36대 총학생회선거본부 ‘오늘’(이하 오늘)이 내건 ‘모두의 화장실’ 공약은 우리대학에 존재하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민낯을 드러냈다. 트랜스젠더의 안녕이 진정으로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트랜스여성 이해솔(가명) 씨와 백가람(가명)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트랜스젠더는 의료적 조치나 법적 성별 정정 여부와 무관하게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은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트랜스여성, 출생 시 지정된 성별은 여성이지만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트랜스남성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외의 성별로 정체화하는 *논바이너리 등이 있다. 

이해솔 씨는 웃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성공회대에 다니는 일개 학생이에요.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이에요.” 이 씨는 생존을 위해서 우리대학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대학을 다니다 한 학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자퇴했다. 처음에는 기독교 학교가 자신을 포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 총학생회장의 커밍아웃과 성중립 화장실 논의, 그 외 진보적인 활동들을 보고 “이 학교에 오면 조금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이곳에서 저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가장 필요한, 화장실을 갈 권리

“예전에 친구와 여자 화장실을 갔는데, 거기서 누가 저를 보고 남자인 줄 알았다고 수군거리는 걸 들었어요. 그때 누군가는 나를 계속 남자로 보고 있구나, 그러면 나는 화장실을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라우마로 남았죠.” 

이 씨는 화장실 갈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에서 내 존재가 여성들한테 위협이 된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조심하게 돼요.” 그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를 이해한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여성혐오도 그렇고, 저도 *패싱을 시작하고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어요. 그들이 뭘 두려워하는지 아니까 ‘그럼에도 우리를 받아들여야 돼!’ 이런 말을 못 하죠. 그러니까 저는 갈팡질팡해요. 어디에도 소속될 수 없다는 걸 많이 느끼죠.”

‘오늘’은 모두의 화장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별로 분리되지 않고 나이,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모두의 화장실은 이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 “외출할 때 거의 물을 안 마셔요. 물을 마시면 화장실에 가야 하니까.” 그는 트랜스젠더에게 모두의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안해요. 목소리를 내면 들키지 않을까. 누군가 알아채지 않을까.”

이 씨의 경험은 트랜스젠더라면 흔한 일이다. 지난 2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1명 중 39.2%(231명)가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36.0%(212명)는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백가람 씨는 트랜스젠더에게 화장실은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호르몬치료 영향으로 트랜스여성은 이뇨 작용이 더 활발해져요. 화장실을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더 자주 가야 되는데, 덜 가고 있다는 뜻이죠. 때문에 트랜스여성에게 방광염이 흔해요. 트랜스남성들은 생리 때문에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이 필요하죠.” 트랜스젠더는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성별정정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일자리

△이해솔 씨가 최근 읽고 있는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주위에서 퀴어 사회인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그는 책을 읽으며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면 1과 2(2000년도 이후부터는 3과 4)로 분리된 성별을 부여받는다. 휴대폰을 개통하든, 웹 사이트에 등록하든 두 개의 선택지 안에서 성별을 선택해야 한다. “하나의 숫자로 개인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어요.” 이 씨는 주민등록증에 성별 표기를 없앴으면 좋겠다며 “숫자로 인해 삶의 질이 대폭 하락”한다고 말했다.

백 씨는 정체화 당시, 멀쩡한 일자리는 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들이 자기 정체성 걸고 일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주민등록번호도 확인 안 하고, 근로계약서도 안 쓰는 질 나쁜 일자리를 구하거나 (정체성을) 감추는 방법밖에 없어요. 그렇게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백씨의 설명대로 트랜스젠더의 절반 이상이 구직 중 지원 자체를 포기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57.1%(268명)가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관련해 직장에 지원하는 것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성별과 외모 등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응답자가 37%(173명)였으며, 입사 취소나 채용 거부를 경험한 응답자도 15.9%(74명)에 달했다. 

고용영역에서의 트랜스젠더 차별과 혐오는 트랜스젠더의 노동권 제한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는 경제 및 생계, 사회참여 문제와 직결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85%(500명)가 월 평균 임금 200만 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소득 없음’에 응답한 비율은 55.4%(326명)에 달했다.

이 씨는 사회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술비는 보험 적용이 안 돼서 2,000만 원 정도 해요. 수술비 모으려면 취업을 해야 되는데, 성별정정이 안 돼 있으면 취업을 못해요. 그러면 또 돈을 못 벌고 그 악순환이 계속돼요.” 

가정에서 지원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의 삶은 더욱 열악하다. “가정에서 지원을 못 받는 성소수자들은 하루살이처럼 살게 되죠.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조차도 아깝게 하루 벌어 하루 살아요. 그런 친구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고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이 씨는 말했다. 

당신도 이렇게 힘들게 살았나요?

△2019년 대동제 당시 이해솔 씨가 인권위원회 부스에서 산 스티커. 분홍, 하늘, 하얀색은 트랜스깃발을 상징한다.

2018년도 만우절, 여러 학우들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교정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이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같이 참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웃팅이 돼 버릴 테니까, 하기 싫은 척했어요.” 이 씨는 과거를 지워야만 소속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슬프고 억울하다고 설명했다. “내 과거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이렇게 살아와서 지금의 내가 됐고, 이런 성격을 가지게 된 건데. 남고 나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씨는 “이 인터뷰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그냥 삶이거든요. 저는 이걸 척도로 삼아 ‘너는 그만큼 힘들잖아. 나는 그것보다 더 힘들었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는 소수자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답했다. “나 이렇게 힘들게 살았어요. 당신도 이렇게 힘들게 살았나요? 당신들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위로를 건네기 위해서 인터뷰 한 거예요. 저는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 명이라도 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02-924-1227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취재 | 신다인 기자
취재지원 | 이채진 수습기자
사진제공 | 이해솔(가명)

*논바이너리(Non-binary): 남성과 여성 둘로만 분류하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정체성이나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
*패싱(Passing): 어떤 사람의 외적 모습이 사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아웃팅(Outing):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  

관련기사

↳ ‘모두의 화장실’, 당신의 입장은?

avatar
1 Comment threads
0 Thread replies
0 Followers
 
Most reacted comment
Hottest comment thread
0 Comment authors
Recent comment authors
  Subscribe  
newest oldest most voted
Notify of
trackback

[…] ↳ 1과 2로 정의할 수 없는 존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