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우리대학 경제학 교수 교육권 침해 논란… 모니터링 체계 구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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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책위원회, “동등한 주체로서 소통할 수 있도록”

작년 12월 9일,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수업 중 유철규 교수의 음주 의혹이 제기됐다.

학생들의 호소에도 ‘묵묵부답’ 교무처
작년 12월 9일 에브리타임을 통해 유철규 교수의 음주 의혹 문제가 불거지기 전, 10월 초부터 유 교수의 수업에 관한 민원이 교무처에 수차례 접수됐다. 이에 교무처는 유 교수의 수강생 중 불특정 소수에게 전화로 수업 평가를 진행하고, 이 내용을 교수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문제를 일단락시켰다.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상황이 파악되며, 올해 1월 7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사회융합자율학부 비상대책위원회·인권위원회가 모여 ‘성공회대학교 교육권 문제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했다.

공대위 조사 결과, 유철규 교수의 음주 행위는 사실로 밝혀졌다. 공대위는 “12월 9일 이후에도 교무처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음주행위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김재영 교무처 팀장은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공대위는 “(교무처는) 왜 그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것은 학교 행정체계의 부실 뿐만 아니라 교육권에 대한 방임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공대위는 교무처장, 학생처장에게 대책 회의를 요구했고, 지난 1월 10일 6가지 요구안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요구안 속에는 ▲수강생들에 대한 유 교수의 공식 사과 ▲유 교수의 1년 휴직 ▲교육권 피해 현황에 대한 교원징계위원회 회부 ▲비대면 수업 모니터링 체계 구축 ▲교수 대상 비대면 수업 교육 ▲유 교수 1년 휴직에 따른 경제학 전임교수 추가 채용이 있다.


한 학기에 걸쳐 심화된 교육권 침해 문제… 가장 원하는 건 ‘사과’
유 교수는 몇 차례 음주상태로 수업을 진행했고, 이로 인한 교육권 침해 문제가 한 학기에 걸쳐 심화됐다. 2020년 2학기 유 교수는 ▲경제학개론 ▲거시 경제학(국민 소득론) ▲경제학의 초대 ▲경제학 세미나Ⅰ 수업을 담당했다. 이 문제는 ‘경제학의 초대’(1학년)와 ‘경제학 세미나Ⅰ’(3·4학년) 수업에서 두드러졌고, 나머지 과목에서도 일부 문제 상황이 나타났다. 이영환·김서중·박경태 교수 3인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는 “실시간 수업에서 유 교수가 자연스럽지 않은 말투, 발표에 대한 부적절한 피드백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불규칙한 수업 자료 업로드, 갑작스러운 휴강, 수업 시작 지연의 문제가 있었다.

공대위는 ‘경제학 수업 조치 의견수렴 조사’를 통해 학우들이 희망하는 처분 유형을 조사했다. 응답자 38명의 학우들이 원하는 처분 방식을 1·2·3 순위로 선택하도록 했다. 1·2·3순위 응답을 모두 합한 결과, 사과(34명), 치료(28명), 강의중지(14명), 징계(11명)로 집계됐다. 징계(강의중지 포함)를 요청한 경우, 정직과 연구년이 필요하다는 응답으로 나뉘었다. 진조위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이 유교수에 대한 강한 징계를 원하기보다는 진정한 사과를 전제로 치료와 회복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의 강의중지를 주된 요구사항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과’는 학우들이 가장 원하는 조치였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유 교수는 작년 12월 16일 수업시간에 구두로 사과했지만, 공대위는 “적절한 내용과 수준을 갖추지 않았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조위와 협의를 거쳐 유 교수는 2021년 1월 중 이메일을 통해 ▲경제학의 초대 ▲경제학 세미나 수강생들에게 사과했다.

유 교수 견책 처분… 수업배제와 치료 병행해
‘학교법인 성공회대학교 정관’ 제2관 제44·45·47조에는 ‘교원은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장기의 휴양을 요할 때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휴직할 수 있으며 휴직기간 중 1년간은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게 된다’고 명시돼있다. 진조위는 “유 교수는 2010년경 위암 수술 이후, 위 절제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식사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를 알코올 섭취로 대신하는 습관을 길러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 알코올의존증이 심화됐고, 한양대 병원의 진단 결과 입원 치료를 요하는 상황으로 이 기간에는 강의를 중단해야 할 수 있다”고 유 교수의 상태를 전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사건이 원만히 처리될 때까지 양자를 격리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 학생들도 이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2021학년도 1학기 수업에서 유 교수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진조위는 총장이 유 교수에게 견책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사립학교법’에는 교원 징계의 종류로 ▲파면 ▲해임 ▲정직 ▲감봉 4가지 범주 외에 ▲견책이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임면권자나 총장이 시행할 수 있는 징계다. 김기석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해당 교수는 수업배제를 포함한 대학 당국의 조치를 수용했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유 교수는 6개월간 병가를 통해 치료해나가고 이후 연구년을 통해 충분한 휴식과 자숙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한편, 공대위는 유 교수가 복직할 때 ▲복직을 위한 건강진단서 ▲복귀 이래 1학기 간의 수업참관 ▲수강생 대상 정기 설문조사 ▲건강상태 파악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유 교수가 복귀할 시 공대위의 요구가 이뤄질지는 귀추가 주목된다.

진조위는 “이번 사건이 분명 유 교수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사안은 분명하지만, 수년간 지속된 경제학 전공 교수진의 공백으로 인한 과중한 수업부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부적응 상황 등을 감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와의 대화 중 유 교수는 ‘수차례 경제학 전임교원 충원을 학교에 요청해온 바 있다’는 것과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는 비대면 상황이 자신에게는 괴로웠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덧붙여, 공대위는 “본 사안이 학교의 교육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계속된 경제학 전임교수 추가 채용 요구… 이뤄지지 않았다
업무 과중을 느낀 유 교수는 경제학 전임교수 추가 채용을 요청해왔다. 유 교수는 매 학기 네 과목 이상의 수업을 진행하며 전공과목을 도맡았다. ‘2017 교육통계분석자료집, 연도별 설립별 전임교원 주당 수업시간’에 따르면 대학 전임교수의 평균 주당 수업시간은 9~10시간이다. 그러나 유 교수의 주당 수업시간은 12시간으로 평균 이상의 수업 시수를 담당했다. 이는 한정된 전임교원에게 수업 진행의 책임이 가중됨을 보여준다. 무리한 수업 진행으로 유 교수의 건강이 악화된 점을 고려해 공대위는 경제학 전임교수 추가 채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대위의 전임교수 추가 채용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대학 경제학 전임 교수로는 유철규·이상철 교수가 있다. 이상철 교수는 2021년 1학기 수업으로 ▲한국경제사 ▲경제학세미나Ⅱ ▲우리 사는 경제 어디서 왔을까1: 시장경제의 기원과 변모 ▲전공탐색세미나(경제학) 네 과목을 진행한다. 유 교수가 수업배제됨에 따라 이 교수가 ‘전공탐색세미나(경제학)’ 과목을 맡으며 지난 학기 세 과목을 담당했던 것에 비해 수업 부담이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공대위는 3월 8일 발표한 공표안을 통해 “전임교수 제한에 따라 수업의 질과 다양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와 학생 대표자들은 책임을 통감하며 비대면 수업·강의수·교원문제 등 교육과정 전반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체계 구축… “교육권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
공대위는 “새로운 방식이 도입됨에 따라 혼란이 예측 가능했음에도 학교 차원에서 수업을 모니터링하고 조력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재했다”며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학교에 요구해, 모니터링 체계가 구축됐다. LMS 설문을 통해 민원을 접수할 수 있는 ‘고충민원 모니터링’은 학생복지처 팀장이, 오픈채팅방과 구글폼을 통해 민원을 접수할 수 있는 ‘교육권 모니터링’과 ‘인권모니터링’은 각 학부 학생회가 담당한다.

학생복지처를 통해 접수된 문제는 ‘학부 및 총학생회 공유 여부’에 따라 학생이 동의할 시 ‘학생참여 협의회’를 개최하고, 비동의할 시에는 소관 부서의 교직원 및 교원에게 해당 사실을 안내하고 처리한다. 학생회 주체의 설문에서는 신고자의 의지에 따라 ▲학부 내 조사위원회 구성 ▲학내 상담실과 인권위원회에 이관 ▲타 학부 및 기관에 이관 등을 선택하게 되고 필요에 따라 ‘학생참여협의회’를 개최한다. ‘학생참여 협의회’는 ▲학생복지처 팀장 ▲학생복지처장 ▲총학생회장 ▲학부 대표 2인 ▲고충민원 당사자가 참여해 고충민원을 처리한다. 수업 6주 차에는 학교에서 중간 강의평가를 실시한다.

△모니터링 체계 표.

공대위는 “교육권은 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것을 혼자 쟁취해나가기에 교수와 학교라는 권력은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학우들이 안녕하고 안전한 수업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학생대표자의 몫이라고 판단했기에 수업 모니터링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현재까지 학교는 발생한 수많은 교육권 문제들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예산의 논리로 대응해왔다. 학생대표자들, 학생들의 감시와 상호작용 없이 접수되는 문제를 처리해나간다면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리라고 확신한다”며 학교 행정체계를 비판했다.

공대위는 모니터링 체계에 있어 “교육권 모니터링의 시행안과 전체적인 운영 매뉴얼에 관해서 꾸준히 공부하며 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모니터링을 집행하는 학생대표자 전원은 학내 인권위원회로부터 관련 교육을 이수 받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 전했다. 학내 구성원에게는 ‘수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 및 권리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고하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 비석.

“성공회대 방식으로 더불어 숲의 가치를 보여준 학생들”
이번 사안은 적극적인 대처를 취하지 못한 학교를 대신해 공대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권리를 찾은 사례다. 공대위는 “학우들과 소통하는 공대위로서의 역할들에 평등하게, 편견 혹은 차별 없이 임할 것을 약속한다. 학우들이 안전하게 동등한 주체로서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더불어 숲의 가치를 지킬 것을 약속했다. 정인영 공대위 위원장은 “우리는 이 사태를 통해 우리와 학교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확인했다. 학교 담당자들과 우리가 학교 구성원들의 안녕을 최우선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더불어 숲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은 맞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5일 담화문을 통해 김기석 총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성공회대학교 공동체가 더 안전하고, 더 건강하고, 더 민주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경태 진조위 위원은 “이번 사건은 문제의 해결을 통해 ‘성공회대 방식으로’ 더불어 숲의 가치를 보여준 학생들이 빛났고, 체계의 구축을 통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취재 | 강혜린 기자
사진 | 김다영 기자
취재지원 | 신다인 기자
자료제공 | 성공회대학교 교육권 문제 대응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성공회대학교 진상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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