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본격! 총학생회 후보 공약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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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섬세한 포크레인을 만나다

코로나19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사회의 명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제36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선거본부 ‘오늘’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서 벗어나 학생사회의 명맥을 잇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코로나19 상황을 1년간 경험한 ‘오늘’은 무엇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어떤 공약을 걸었을까. 이훈 총학 입후보자를 만나 질문했다.

이 후보는 총학이 학내 민주주의의 방향을 결정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이 선택한 방향은 학내 구성원의 인권과 복지였다. 이는 모두의 화장실, 교육권리보장국, 총장직선제 등의 공약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공약1. 모두의 화장실

모두의 화장실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화장실처럼 나이, 성별, 장애인,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휠체어를 돌릴 수 있는 넓은 공간과 변기, 세면대, 기저귀 교환대가 한 칸에 다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사업을 지난 2018년 제32대 총학과 33대 비대위가 추진한 바 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 후보는 모두의 화장실은 “결코 성소수자만을 위한 공약이 아니다”며 모두 사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대학의 배리어프리 수준이 현저히 낮음을 절감했다. 장애인 화장실의 수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청소 물품이 있어 휠체어 출입이 불편한 화장실도 있었다.

이 후보는 “아이가 있는 학내 구성원은 있지만, 학내에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화장실은 없다. 아이가 있는 학우는 기저귀를 갈기 위해 사람들이 없는 공간을 찾아 헤매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의 화장실은 이런 이유로 탄생한 공약이다.

성별로 분리된 기존 화장실의 개념을 깨부수는 만큼, 학우들의 걱정도 존재했다. 그중 불법 촬영에 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오늘’은 모두의 화장실만의 대책보다 화장실 자체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건 공약이 화장실 전수조사다. 불법 촬영 카메라 탐지기를 학생회 상비물품으로 구매한 뒤, 이를 이용해 최소 한 달에 한 번씩 학내와 인근 화장실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외에도 화장실을 쓰다가 수상한 점이 있으면 바로 탐지기를 대여해서 감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모두의 화장실의 한계는 명확하다. 기존 화장실이 있는 상태에서 학우들이 모두의 화장실을 이용할 것이냐는 점에서다. 학우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화장실은 방치되고 모두가 사용한다는 기존의 취지가 퇴색된다. 이 후보도 이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한 번에 모든 교내 화장실을 모두의 화장실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이지만, 총학의 예산과 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우들의 의식적인 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의식적인 이용이 필요하고, 학내 모든 화장실을 바꿀 수 없음에도 왜 어려운 공약을 추진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어려운 일일지라도 누군가는 첫 발자국을 내디뎌야 한다. ‘오늘’이 모두의 화장실을 만든다면 언젠간 학내 화장실이 전부 모두의 화장실로 바뀔 거라 믿는다”며 공약 실현에 결의를 다졌다.


△ 이 후보는 “어려운 일일지라도 누군가는 첫 발자국을 내디뎌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2. 교육권리보장국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학교와의 소통은 이 후보가 이전부터 강조해온 점이다. 이 후보는 학교가 학생을 동등한 논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내 교육권 문제를 주체적이고 빠르게 해결하고 쟁취하기 위해 ‘오늘’은 교육권리보장국이라는 국서 신설을 결심했다. 전공 선택 시기를 한 학기 앞당기는 것, 전공 필수 수업을 확대하는 것 또한 교육권리보장국의 일이다. 이 후보는 교육권리보장국을 언급하면서 ‘오늘’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대학은 4년 주기로 교육커리큘럼을 바꾸는데, 바꾸는 시기가 올해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교육권리보장국을 통해 학교가 그간의 학부제에 관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듣고 커리큘럼을 개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의문이 앞선다. 현재 교육권 문제에 대해 학우들이 지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관련된 구체적인 공약은 단 세 가지다. 이에 이 후보는 “학내의 모든 교육권 문제를 총학이 해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만 약속했다”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공약3. 총장직선제

‘오늘’이 내건 또 다른 공약은 총장직선제다. 이 후보는 “우리대학의 경영난과 학생과의 소통 부족은 현 총장 선출방식에서 일부 비롯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대학 총장은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12명의 이사 중 일부가 4년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총장 후보를 선정한다. 각 총장 후보들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한 뒤 투표를 통해 당일 당선된다. 이러한 방식은 총장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는 이사진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게 만든다는 것이 이 후보의 지적이다.

또한, 우리대학의 총장 자격은 신부에게만 주어진다. 이 후보는 이런 자격이 경영과 교육에 자질 없는 총장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직선제가 이러한 일을 뿌리 뽑을 수 있다며 총장직선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내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선출할 권리가 있다면, 총장 후보가 직원의 불편 사항과 학우의 교육권 불만, 하청노동자의 고용 불안을 직접 듣고 해결하려 노력할 거란 이유에서다.

오늘해야 하는 이유

인터뷰를 진행하며 든 의문은 ‘다 할 수 있는가’였다. 모두의 화장실, 교육권리보장국, 총장직선제 모두 하나만 하기도 벅찬 공약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학생사회에 관한 학우들의 관심이 줄고, 사업을 진행할 인력 충당이 힘든 지금으로서는 더 어려운 일이다. 이 후보에게 왜 지금, 힘든 일들을 골라서 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오늘’ 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돌아오는 총장선거 전 ‘오늘’이 제도를 개편하지 않으면, 다음 총장선거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교육커리큘럼과 모두의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힘든 일이지만 공약을 설명하는 이 후보자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이 후보는 자신을 ‘섬세한 포크레인’이라고 표현했다. 목표를 위해 앞으로 나가고 눈앞의 장벽을 박살 내면서도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는 그동안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자신을 믿었다. 6년간 활동하며 그 무엇 하나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화장실 앞에서 망설이는 학우를 위해 ‘모두의 화장실’이라는 첫 발자국을 과감히 딛고, 총장직선제를 설명하며 하청노동자의 고용불안을 언급하는 그의 모습에서 더 나은 ‘오늘’을 만들겠다는 투지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학우들의 많은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학우의 지지를 받으면 훨씬 빠르고 쉽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모든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향해 높은 장벽을 부수는 과감하고도 섬세한 포크레인의 행보를 지켜보자.

한편, 2016년부터 현재까지 이루어진 10번의 총학 선거 중 학생회가 구성된 적은 단 두 번이다. 제36대 보궐선거에서 ‘오늘’이 세 번째 학생회가 될 것인지, 비대위가 될 것인지 결정된다.

취재, 사진 |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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