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행복기숙사 하청 노동자 고용승계 결정됐지만, 고용불안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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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기숙사 하청업체가 바뀐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우리 6명 중에 누가 잘릴지 모른다는 소리도 있었죠” 

행복기숙사 청소노동자 A씨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A씨는 행복기숙사 하청업체 동우공영 직원이다. 2019년부터 행복기숙사에서 근무하며 기숙사 건물 모든 구역의 청소를 담당해 왔다. 338명 정원의 행복기숙사를 청소하는 노동자는 A씨를 포함해 단 두 명.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식당과 화장실, 세탁실을 포함한 11층 건물 전체를 청소한다. 힘에 부쳐도 불평하지 못했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고용시스템상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불안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연차는 쓸 생각도 못 해요. 둘 중 한 명이 쉬면 혼자서 11층 건물 청소를 다해야 하니까요” A씨는 말했다. 

하청업체 동우공영, 5명 고용승계 결정

고용해지와 관련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경. 하청업체 동우공영과의 재계약 시기가 다가왔을 때이다. 2019년 문을 연 행복기숙사는 동우공영과의 2년 계약으로, 경비 노동자 2명, 청소노동자 2명, 시설 노동자 2명을 간접 고용했다. 당시 “하청업체가 바뀐다”는 말과 함께 기숙사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까지 맴돌았다. 지난해 12월, 행복기숙사 하청노동자 5명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경비 노동자 B씨는 “결국 민주노총에 가입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규 행복기숙사 관장은 “당시 하청업체 변경은 논의되고 있었지만 그분들을 해고할 계획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행복기숙사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안이 있었고, 고용유지를 위한 고민이 있었을 뿐, 해고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관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행복기숙사가 하청노동자 6명 중 한 명인 시설 소장에 대해 해고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행복기숙사는 올 1월 하청업체를 기존 ‘동우공영’에서 ‘푸른환경코리아’로 변경하고, 노동자 6명 중 5명을 고용승계하기로 결정 했다. 시설 소장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가시 시위 현장.

이 상황이 알려지자 1월 20일 성공회대학교 노동자문제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가시’(이하 가시)가 해고통보를 받은 정인수 시설소장과 함께 규탄시위에 나섰다. 다음날인 1월 21일 우리대학은 행복기숙사(SPC), 총무처,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가시, 기숙사 자치준비 모임과의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관리소장의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특히 기존 하청업체인 동우공영과 계약을 유지하고 시간 줄이기, 임금 삭감 없이 청소노동자 2명, 경비 노동자 2명, 소장 1명 총 5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결정했다. 정 소장은 학교 소속 2년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불분명한 책임 소재, 페이퍼 컴퍼니 SPC

학교 측이 노동자 6명의 고용승계를 결정하면서 해고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표적으로 노동자 6명의 고용불안조차 ‘해결’이 아닌 ‘보류’ 상태다. 1년 뒤 하청업체 변경이 논의될 경우 다시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며, 매년 재계약 시점에서 언제 해고를 당할지 모르는 상태기 때문이다.

강건 가시 대표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용역업체를 고용하는 게 비용이 더 든다. 학교가 돈이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 돈이 없으면 직접 고용을 고민해야 될 때가 아닌가”며 “고용불안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서 비용도 줄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행복기숙사 사업구조 ⓒKASFO HAPPY DORMITORY

그러나 여전히 학교 측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현재 행복기숙사가 학교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9년 신설된 행복기숙사는 지하 1층, 지상 10층의 건물로 총 170실에 338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 건립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하 사학재단)과의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건립기금 역시 대학생 거주부담 완화 및 거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학진흥기금(공공자금관리기금, 주택도시기금)이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대학은 부지를 제공하고 재단은 건축비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기숙사 운영의 주체가 우리대학이 아니라, 사학재단과 학교법인이 이사로 함께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대학은 총사업비 136억 원과 사학재단과 체결한 실시협의서에 의거해 학교부담금 10억 2천만 원을 SPC 운영기간인 30년간 상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2048년 상환을 마친 후에야 행복기숙사 운영권을 취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행복기숙사가 기숙사 수입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적자 운영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100여 명의 사생만 입주해 지난 1년간 큰 손해를 입었고 유한대생을 받기 시작한 현재에는 210여 명 정도의 사생이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338명이 살 수 있는 기숙사에 정원 100여 명이 비어 여전히 적자”라는 게 김 관장의 하소연이다. 

불분명한 책임 소재도 문제다. 김 관장은 “학교는 아무런 힘이 없다. 모든 것은 SPC와 사학진흥재단을 통해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행복기숙사와 동우공영이 작성한 계약서를 보면 갑은 ‘성공회대학교 공공기숙사 유한회사’이고 을은 ‘동우공영 주식회사’라고 명시돼 있다. 문서상으로 보면 행복기숙사의 운영 주체는 ‘성공회대학교 공공기숙사 유한회사’라는 특수법인 SPC이지만, 실질적으로 ‘성공회대학교 SPC’는 실체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간접고용이라는 구조의 문제”

△우리대학 행복기숙사의 전경

사학재단에 문의해본 결과 “경비 및 청소 하청업체 계약은 성공회대 행복기숙사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하청업체 계약금도 동일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성공회대 SPC는 우리대학 소속의 총 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행복기숙사는 SPC라는 우리대학과는 다른 기구에서 운영되지만, 구성원은 모두 교직원이다. 이는 행복기숙사의 운영 주체는 결국 학교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최종 결정권자는 사학진흥재단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그러나 직접고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차명돈 한국사학진흥재단 기숙사사업본부 사업개발팀 팀장 “현재 모든 행복기숙사는 하청업체를 고용해 관리 중”이지만 “기숙사 운영에 맞춰 직접고용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강건 가시 대표의 지적처럼 간접고용이 직접고용보다 실질적인 비용이 높다면 양자의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용시스템의 근본적인 검토가 요구되는 이유다.  

‘더붚어 숲-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행복기숙사 로비 벽면에 적힌 고(故) 신영복 교수의 글귀다. 그러나 정작 행복기숙사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C씨는 “계약이 연장되더라도 우리는 매년 12월이 되면 항상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우리 대학이 매년 누군가를 불안에 떨게 하는 숲이 되어가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같이 더불어 숲’이 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취재 | 신다인 기자
사진 | 김다영 기자
사진제공 | 성공회대학교 노동자문제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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