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질문있습니다]“민주주의와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

138

정치학과 박은홍 교수에게 미얀마의 현재와 미래를 묻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불복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시민 사회는 시민불복종운동, 쿠데타를 규탄하는 총파업 등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동남아시아의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박은홍 정치학과 교수에게 이번 미얀마 사태에 대해 질문해봤다.

△지난 2월 18일 국회에서 개최된 <다시 찾아온 미얀마의 위기: 대한민국,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과 연대하다>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은홍 교수.

미얀마(버마)의 역사는 군부독재와 함께였다. 1948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이후 1962년 네윈 군총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약 50년간 군부독재가 이어졌다. 아웅산 수치가 2015년 총선 승리로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군부 통치 시대가 막을 내렸다. 5년 임기가 끝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83%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자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첫 국회가 열리는 날인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하고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5년 전 미얀마가 민주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음에도 군부가 행사하는 영향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미얀마 군부는 국방·내무·외무 등 주요 부처 장관의 지명권을 독점해왔으며, 특히 헌법에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군 수뇌부에 비상대권을 넘길 수 있다는 조항까지 담겨 있다. 군부는 이를 이번 쿠데타의 근거로 삼았다. 2008년 군부 정권은 연방의회 의석 25%가 군부에 할당되고, 헌법 개정은 의원 75%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을 제정해 사실상 개헌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한 군부는 자국의 주요 기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경제 권력이기도 하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의 평화 시위와 불복종 운동에도 무차별적으로 실탄을 쏘는 등 무력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SaveMyanmar, #JusticeForMyanmar 등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도움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의 봄’을 외치는 아시아의 젊은 민주화 지지층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도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월 17일 미얀마 양곤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WE WANT DEMOCRACY(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adkarpin.)

2021년 2월 22일에는 미얀마 각계각층에서 수백만 명이 넘는 시민이 총파업에 동참한 ‘22222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1988년 8월 8일 일어난 ‘8888 항쟁’에 빗대 이름 지어졌고, 시민 사회가 비폭력 저항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세 손가락 경례도 상징적이다.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을 세워 들어 올리는 경례는 각각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의미한다.

지난 2월 18일, 우리대학 소모임 ‘국경없는 민주주의 학교’는 미얀마 쿠데타 철회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연서명을 진행하며 연대에 동참했다. 소모임 ‘국경없는 민주주의 학교’의 지도교수이자, 이번 학기 <아시아의 국가와 사회>를 강의하고 있는 박은홍 교수와 이번 미얀마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주의 관점에서 이번 쿠데타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쿠데타는 무력에 의한 권력 찬탈을 의미한다. 민주적 헌법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는 평화적 방식을 통한 권력 창출을 명문화하고 있다. 따라서 쿠데타는 헌법 파괴 행위이다.

미얀마 사태에 5.18 광주 민주항쟁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어떤 점이 유사하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군이 민간인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생명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또 미얀마의 시민 불복종 운동도 ‘광주’와 오버랩된다. 다른 점은 ‘광주’가 고립무원 상태에 있었다면 미얀마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지지하고 있다.

소모임 국경없는 민주주의 학교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과 소모임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4년 전, 국왕모독죄로 수감됐던 태국 콘껜 대학교 법대생 짜투팟 분팟타라락사군이 광주 인권상을 받았다. 그를 대신해 광주를 찾은 가족들을 우리 학교에 초청해 당시 내 수업을 듣던 학생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도 태국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학생들과 진행했다.

‘국경없는 민주주의 학교’는 작년 왕실개혁과 군부정권 퇴진을 외치던 태국 청년들과 연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과 상의해서 올해 만든 소모임이다.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 지지 캠페인은 소모임의 첫 활동이 됐다. 지난 3월 20일에 열린 제3회 정치학 콘서트에서 ‘미얀마 시민불복종운동과 연대하다’라는 주제로 줌(ZOOM) 토론회도 이끌었다. 학생들의 의욕이 크다. 미얀마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활동을 하리라 본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학우들이 미얀마를 돕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청년들이 어떻게 돕고, 연대할 수 있을까?

마음을 모아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얀마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관심이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로의 관심으로 확장돼야 한다. 미얀마의 시민불복종운동, 홍콩의 민주화운동, 일본의 평화 운동, 태국의 왕실개혁운동 등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이해가 필요하다. 연대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현 상황은 물론이고 역사, 정치,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얀마의 현 상황과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미얀마 국민들은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는데 군부가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인 희생이 큰 상황이다. 국제 사회의 더 많은 연대와 압력이 필요하다. 미래는 연대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만들어가야 한다.

많은 이들이 국가 단위 혹은 개인 단위로 연대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제 사회가 가지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나누는 데는 국경이 없다. 국제 사회의 연대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미얀마 군부 저항시위 최전선에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전 애인보다 미얀마 군대가 더 나쁘다’는 피켓을 들고, 수혈 받을 경우를 대비해 팔에 혈액형과 이름, 연락처를 적는다. 계속되는 군부의 폭력과 탄압에도 미얀마 청년들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겠다는 단호한 신념으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지금,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인 우리의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취재 | 홍은솔 기자
사진제공 | 고영인 국회의원실

avatar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