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훈 총학생회 후보자,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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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7시 이뤄진 정책토론회에서 이훈 총학생회(이하 총학) 후보자는 커밍아웃을 했다.

“저는 성소수자 게이입니다” 제36대 총학 보궐선거 ‘오늘’의 정책토론회에서 이훈 총학생회 정후보자는 커밍아웃하며 출마선언을 했다. 이 후보자는 커밍아웃 이유로 “제가 사랑하는 성공회대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라며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 성소수자 인권은 가야할 길이 많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같이 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덧붙여, “오늘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이기도 하다”며 성소수자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오늘’의 핵심 공약 4가지로는 ‘교욱권리보장국 신설’과, ‘총장직선제 쟁취’, ‘모두의 화장실 설치 TF’, ‘소통 달력사업’이 있다. 

한편, 제36대 총학생회 보궐선거는 3월 25일부터 4월 1일동안 1,000명이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작성해야 투표가 진행된다. 총학 투표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취재 | 신다인 기자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오늘’ 정후보 이훈 커밍아웃문>

 저는 인권위원회와 노학연대 활동을 했습니다. 그 속에서 학내 소수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저도 그러한 소수자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활동 속에서 성취감, 뿌듯함 같은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분노, 억울함, 무력감 같은 감정들을 더 많이 느껴왔습니다. 우리 대학은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은 아니었고,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학교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음을 압니다. 우리 학우들, 학생회, 학교가 결단만 내리면 성큼성큼 인권의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말씀드립니다. 저는 성소수자 게이입니다. 저는 어디에서든 성소수자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성소수자임을 말해야 했습니다. 대형 강의의 무거운 토론 수업부터 작고 친밀한 술자리까지 두려웠지만 커밍아웃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당연하게 비성소수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저만의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있는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공간에서 성소수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두려움을 뚫고 커밍아웃하거나 혹은 성소수자가 아닌 척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은 겪어서 익숙해진 두려움과 자기부정이 바로 그 선택지입니다.

 성소수자 인권은 수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진보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성소수자 인권은 진보했을까요? 2017년, 군대에서는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서 탄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공공연하게 성소수자의 권리를 미뤘습니다. 우리 대학은 총학생회 공약인 모두의 화장실을 좌절시켰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1년, 대학은 성소수자가 교육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개인을 방치합니다. 출마하는 유명한 정치인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며 또다시 우리의 인권을 미루고 있습니다. 군대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탄압합니다. 성소수자의 죽음에 할 말이 없다고 말하고, 안타깝지만 그 사람이 잘못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커밍아웃과 상관없이 똑같이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자체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부정적인 본보기들은 성소수자가 위축되어 자신을 숨기도록 만듭니다. ‘우리 대학에 다시는 트랜스젠더가 입학할 꿈도 꿀 수 없도록, 군대에서 다시는 성소수자가 앞에 나설 수 없도록’ 혐오의 주체들은 성소수자를 본보기로 삼아왔습니다. 저희가 정책토론회를 하는 오늘은 3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입니다. 수많은 비극들 앞에서 아파하고 있을 모든 트랜스젠더 그리고 성소수자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또한 그러한 ‘본보기’들 앞에서 망설였습니다.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소용없이 너만 다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커밍아웃을 보며, 누군가는 ‘선거 전략이다. 관심 없다. 커리어 쌓기다.’라고 말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모든 것을 견디면서도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제가 사랑하는 이 학교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키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의 연대가 이리도 강함을 증명하는 긍정적인 본보기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직 성소수자 인권은 가야 할 길이 멀고, 어려운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원칙 ‘어렵다고 안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학내 모든 구성원에게 연대와 지지를 요청합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의 커밍아웃과 별도로 성공회대에는 중요한 문제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이에 제가 그리고 ‘오늘’이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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