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기고]나누면 곱해지는 기부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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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사회 김범수 의장이 재산의 절반 상당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다. 이어, ㈜우아한 형제들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동참했다. 우리대학에도 이들처럼 유명한 부자는 아니지만 남다른 방식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기부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전 과정이 수업의 일환이다. 학생들은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조사하고, 기부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선정한다. 기부 결정 기준과 기부금 신청서 항목도 토론해서 정한다. 비영리 단체들이 프로젝트에 신청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포스터, 동영상, 카드 뉴스 등을 직접 만들어 홍보한다. 사업계획을 담은 신청서가 접수되면 학생들이 오랜 회의 끝에 최종 기부처를 선정하고, 기부금을 전달한다.

그 결과, 2019년 2학기에 인천지역 아동센터의 외국인노동자 자녀들의 한글 격차를 줄이는 ‘한글아, 놀자’ 프로그램에 1백만원, 2020년 1학기에 미혼모 가정을 돕는 ‘도담도담 프로젝트’에 2백만원, 지난 학기에는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가정의 상담과 회복, 자립을 돕는 ‘시나브로 일상으로’ 프로젝트에 4백만원을 기부했다. 이 돈은 필란트로피 교육을 응원하는 이들이 후원했다. 이 교육모델이 러닝바이기빙(Learning by Giving), ‘기부를 통해 필란트로피를 배우는’ 방식이다. 분명 주는 것을 연습하는 ‘나누기’ 수업인데, 30명이 4백만원의 기부 경험을 하니 1억2천만원의 가치가 되는 ‘곱하기’ 수업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변화는 다양하다. 96%의 학생들이 수업 전과 비교해 기부와 자원봉사 의도가 늘었고,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했다. 기부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변했다는 학생들도 있다. 더 나아가 수업 프로젝트를 발전 시켜 사회적 기업 창업을 준비 중인 학생도 있다. 취업하면 이 수업에 기부하겠다는 학생도 나타났다. 덤으로, ‘주는 기쁨’도 알게 됐다. 지난 1년, 온라인 수업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잘 마친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지면을 빌려 학생들에게 마지막 수업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두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첫 번째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더 잘 알게 되었으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부는 개인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투자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실천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기부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지만, 일회용 제품 사용을 줄이고,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고, 주식 투자를 할 때 ESG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이처럼 기부할 때 가졌던 마음을 일상생활에서도 이어가는 일관성 있는 삶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타인의 기부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균형이다. 김범수, 김봉진 대표와 같은 테크 필란트로피스트들이 등장하자 전통적 부자들이 기부하지 않는 데에 비판이 커진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배우 이시언 씨가 코로나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1백만원을 기부했다가 ‘백시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티즌들이 유명세에 비해 기부금이 적다고 심판한 것이다. 과연 누가 누구에게 기부해야 한다고 강요할 권리가 있을까? 이는 필란트로피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그 근간이 되는 자발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기부 여부, 금액, 방법, 시기, 사용처 등에 대한 기부자의 결정권이 존중받을수록 기부는 더 활발해질 것이다.

봄이 온다. 새 학기에는 360만원을 가지고 ‘나누기’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나누기’가 1억 이상의 가치가 되는 ‘곱하기’의 기적을 함께 만들어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글 | 김현수 열림교양대학 조교수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생전 또는 사후에 기부하자고 시작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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