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란하고 다정한 연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투카 앤 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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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리듬과 형형색색의 도시를 뒤로하고, 커다란 보폭으로 성큼 나아가는 새들이 있다. 자유분방한 큰부리새 투카와 소심한 노래새 버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두 여성이 소란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함께 살아간다. <투카 앤 버티>는 사랑하고, 일하고, 싸우고, 위로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다.

‘이렇게 한 시대가 가는 걸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첫 문장은 독특하게도 나직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늘 그렇다. 모두가 저마다의 시대를 보내고, 다시 맞이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매번 늘어난 선택지와 무거워진 고민을 마주한다. 투카와 버티가 대학 룸메이트로 함께한 ‘시대’를 끝내는 시점에서, <투카 앤 버티> 이야기는 시작한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둘은 어떤 관계와 상황을 만나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

<투카 앤 버티>는 인물이 지닌 복합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록 등장인물들은 동물과 식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 교차하고 공존하는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 기존의 로맨스 서사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공감을 유발한다. 극 중 버티는 투카와의 룸메이트 생활을 마치고, 애인 스페클과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버티와 스페클의 관계가 단순히 로맨틱하기만 한 연애가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들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함께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방문하기도 하고, 대출 상담을 받으며 법적인 결혼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투카와 버티 각자의 캐릭터성 또한 전형적이지 않다. 10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두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개인의 문제와 트라우마를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여성들 간의 연대를 그려낸다. 버티가 직장에서 남성 동료에게 성희롱 발언을 듣고도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자, 그를 돕기 위해 투카가 나선다. 두 친구가 나란히 회사 복도를 행진하며, 성희롱 세미나 포스터를 뿌리는 장면은 문제 상황을 재치있게 전복시키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한편, 제빵을 좋아하는 버티는 우연한 계기로 유명 제빵사 피트의 수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피트는 버티를 가르치면서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하고, “내가 당신을 만들었어. 난 당신을 망칠 수도 있어”라며 협박하기도 한다. 혼란을 겪던 버티는 새로 들어온 수습생 다코타를 만나 서로의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그 경험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장면은 투카가 아닌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서로 연대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무척 반갑다.

투카와 버티의 트라우마도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투카는 과거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알콜 중독을 겪었고, 버티는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 과거의 사건들은 현재까지 이어져 영향을 미친다. 문제를 회피하고,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의 옆을 지키며 각자의 방식으로 버팀목이 되어준다. 투카와 버티 뿐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 인물들도 그러하다. 이렇듯 여성과 여성이 연대하자 변하지 않을 것 같던 현실에도 작은 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여성들은 연대해 피트의 권력을 무너뜨리고, 승진을 쟁취한다. 성폭력 피해 경험으로 좋아하던 수영을 그만두었던 버티는 다시 헤엄친다. 건너보지 못했던 피넛버터섬을 향해, 힘껏.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

글 | 홍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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