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코로나19에 학생모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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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학회 존폐 위기…학생관심 촉구돼

코로나 이후 대학을 움직이는 학생 모임들이 끝없는 동면에 들어갔다. 비대면 연습만으로는 명맥 유지가 어려워 존폐위기에 있는 동아리도 있다. 우리 대학 학생 모임들의 위기와 변화를 살펴봤다.

학생교류 부족한 학생모임

대면 연습 동아리도 단계 격상 후부터는 비대면 … 탈, “악기에 곰팡이 슬었다”

> 학보 표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우리 대학은 건물 출입을 제한했고 동아리는 주요 활동 장소인 학생회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동아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대면 활동을 선택하는 실정이다. 외부장소를 통해 대면 모임을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참여 인원을 줄이고 빈도수도 낮췄다. 활동 자체를 무기한 정지하는 모임도 있었다. 대면 연습이나 악기 보관 등, 다양한 이유로 학생회관 연습실과 동아리방 사용이 필수적인 학생 모임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동국 민속문화연구회 탈(이하 탈) 회장은 “학관 동아리방(이하 동방)에 사람이 들락날락하지 못하니까 동방에 있는 악기, 악기 채, 악기 끈 등에 곰팡이가 생겼다. 악기 관리도 활동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동방이 지하이다 보니 곰팡이가 쉽게 생기더라. 조만간 악기 끈을 다시 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어 “전체적인 텐션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동아리 전체 대면 연습은 물론이고, 학관이 폐쇄되면서 개인 연습조차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풍물에 대한 기쁨이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물은 함께 악기를 치고 서로의 표정을 보며 교감하는 것이 중요한데”라고 말했다. “언제 상황이 좋아지고 나빠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의를 통해 계획을 세워놓으면 항상 계획들이 좌절되기 때문에 후년 탈의 모습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존폐를 우려할 수준인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공연 동아리는 학교 축제, 연말 정기공연 등 무대 일정을 중심으로 정해진 연간 일정에 따라 활동해왔다. 계획됐던 올해 초 ‘새내기 배움터’ 취소를 시작으로 다수 앞에서 선보이는 형식의 공연 무대가 취소됐다.

“모든 공연동아리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생각한다” 최진주 아침햇살(이하 아침햇살) 회장이 말했다. 학내 공연동아리 아침햇살은 코로나 초기에는 연대 공연(외부 집회 참여 공연)을 참여하는 등 내외부 연대 공연을 준비하거나 자체 제작으로 안무 영상을 찍는 등 활동을 이어가다 7월 후부터 활동을 멈추었다. 한 탈 회장은 “탈은 여러 인원이 만나 악기를 치는 동아리다 보니 다른 곳보다 대면 모임에 엄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원과 활동 정도가 코로나 이전보다 굉장히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학회도 어려움을 겪었다. 김은수 실천 여성학회 열음(이하 열음) 회장은 “코로나로 ‘학내’ 페미니즘 학회이자 연대체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온라인 소통에 한계가 있다. 사정상 온라인 진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회원도 있다. 공부와 토론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관계’를 잘 도모해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내년에는 온라인 활동이라도 학우들과 함께 페미니즘 의식을 도모하는 활동을 논의하고 일정에 맞춰 대면으로 만나는 것도 얘기해볼 것 같다”라고 말하며 대면 활동의 필요성을 짚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신입 부원 받기조차 어렵다 고여가는 학생모임

동아리들은 올해 새내기 배움터, 축제 등 중대한 동아리 홍보 사업들이 연쇄 취소되어 동아리의 존재 자체를 알릴 기회(시기)를 놓쳤다. 심승현 동아리 연합회(이하 동연) 비대위원장은 “코로나 종식이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하여 발생하는 가운데 동아리는 신입생 홍보를 온라인에 기대할 수밖에 없어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한 탈 회장은, “신입생들에게 동아리를 소개할 공간이 없어지면서 신입 부원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라고 덧붙였다.

>비어있는 학관 1층 전경

신입 부원을 받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동아리도 존재한다. 유채림 공연 기획동아리 퍼즐(이하 퍼즐) 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1학기엔 활동을 아예 못 했던 상황이라 (이번에도) 동아리 활동을 코로나 때문에 못 하게 될 거 같다고 하면 무책임하다고 느낄 거 같다”라는 것이 이유다.

최 아침햇살 회장은, “(신입 부원이) 이전과 비교해 적은 편이다…. (중략)… 학교와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하는 부원들과 모임을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 또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 탈 회장 또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부원들이 탈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비대면·개인 활동 중심으로 … 학생 모임 활동 형태가 바뀌다

> 사람이 오가지않는 동아리실 전경. 아침햇살의 신입부원 모집 봉투엔 3월이라는 지난 날짜가 적혀있었다.

활동을 잇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 학생모임도 있다. 정기적으로 극 공연을 올리던 손수민 학내극예술연구회 꾼(이하 꾼) 회장은 “현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도 예측하기 힘들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또 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어서 ‘극예술연구회’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비대면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을지 부원들과 함께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꾼은 3월부터 9월까지는 전면 비대면으로 활동했고 10월부터는 공모전 출품 영상 제작과 및 배우팀 연습을 위해 대면 모임을 진행했다. 꾼과 퍼즐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한 활동을 기획 중이다.

퍼즐도 비대면으로 동아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활동을 모색했다. 퍼즐은 ‘보이는 라디오’와 ‘언택트 공연’ 2개의 영상 제작을 계획했다. 유 퍼즐 회장은 “코로나로 관객들과의 공연이 어려우니 언택트로라도 공연을 진행해 아티스트에겐 공연의 기회를 드리고 관객들에겐 즐거움을(주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공연동아리를 제외한 학생모임도 코로나19 후 활동 형태를 바꿨다. 열음은 올해 캠페인 활동이나 관련 부스 운영과 같은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학회 내부 활동에 중심적으로 힘을 쏟았다. 김 열음 회장은 “(열음은) 1, 2학기 모두 비대면 활동을 했다. 온라인 책 세미나와 SNS에 페미니즘 콘텐츠 공유가 중심 활동이다”라 전했다.

학교 본부, 나라의 지침에 따랐고, 학생모임 도우려 애썼다 앞으로는?

홍성선 학생복지처 팀장은 “그저 학교는 나라의 지침을 따라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나름 최선의 도움을 주려 한다”라고 말하며 대면 비대면 문제에 관해서는 학교가 도와줄 수 있는 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는 그간 학생모임이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가 담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학교의 검안을 거쳐 대면 장소나 지원금을 지원해주는 등의 방편을 마련해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금, 앞으로의 지원 행보가 주목된다.

한 탈 회장은 “학교 관계자 여러분, 학교에서 연습공간과 공연 공간을 폐쇄하면 동아리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어진다. 동아리의 존속을 위해 공간대여에 대한 승인을 조금만 더 유연하게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휘청이는 지금. 학생모임은 어느 곳을 딛고 나아가야 하나?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는 동아리들 앞으로 학생사회 독려 필요해

손 꾼 회장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어려운 점인 것 같다. 상황에 따라 계획해 놓았던 활동들이 무산되고 또 그에 맞춰 다시 일정과 계획 목표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휘청이는 지금 앞으로 학생 모임들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변화의 흐름에 순응하는 쪽일까? 아니면 대면을 통한 관계도모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는 방향일까?

최 아침햇살 회장은 둘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 하나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동아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때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동아리뿐 아니라 개인의 삶을 계획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더욱 함께 하는 시간이, 사회로의 연대가, 서로의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하며 활동 형태를 시국에 맞추어가면서도 모임을 통한 연대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동연은 현재 선거 기간에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작년에 이어 동아리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를 1년간 더 운영하게 됨에 따라 동연비대위원장은 군 휴학 중인 악조건 속에 연임하고 있다.

심 동연 비대위원장은 “(내가) 2년 가까이 이끌어왔고 멀지 않은 시기 안에 선거가 종료되어 저 대신 다른 학우가 동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체제 동연이 세워져야 동아리들의 활동 또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남은 임기 동안 동연을 더욱 홍보하고 동아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집중하려 한다”라고 말하며 학생사회의 관심이 필요함을 짚었다.

취재 | 김지유 기자

사진| 류영서 기자

김지유 기자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 오늘처럼 힘겨운 날 혼자 있던 누군가 자기 속의 아이에게로 찾아가는구나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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