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포세이대] “노동은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과정” 노조 속 회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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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부, 신문방송학과 동문 이상윤 인터뷰

<리드> “노동조합은 민주주의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노동조합은 가난한 사람들이 단결할 수 있고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 놈 촘스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한 협동단체를 의미한다. 우리대학이 중시하는 ‘협동’, ‘더불어 숲’ 이념과 노조는 맞닿아있다. 미디어센터는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향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는 이상윤 동문을 만나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다가 *언론노동조합 해고자분들을 알게 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공공운수노동조합을 거쳐, 현재는 고용노동부 지원 공무원 노동상담소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이상윤 졸업생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말씀드린 노동상담소에서 공무원 연금, 공무상 재해를 주로 상담하고 있고, 공무원 교섭 지원, 공무원 관련 정책 모니터링을 맡고 있습니다. 31살 나이에 9급 5호봉이라는 박봉을 받으며, 다행히 입에 풀칠은 하고 살고 있습니다. (웃음)

사실 지금 직장에 오게 된 계기가 다소 황당한 경우인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증명하다 오게 되었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직군·직무에 지원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일해봤던 공공기관 조직과 공무원 조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면접을 수월하게 봤는데, 덜컥 합격통지가 날라와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노조는 항상 구직난에 허덕이는 곳이라, 운이 좋았던 거 같네요. 학우분들께 졸업 후 노동조합 활동가 혹은 노동 행정 등의 진로에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전에 노총에서 일하신 경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노총이라 하면 보통 민주노총 중앙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는 민주노총 중앙이 아닌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의 집합체인 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에 국공립대학교 병원 노동조합들이 모여있는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에 조직부장으로 있었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된 전사를 이야기하자면, 평범한 미디어 계통의 취업준비생으로 있다가, 뉴스타파 인턴을 하면서 알게 된 언론노조 YTN 해고자분들의 활동을 돕게 된 게 시작입니다. 해당 해고자분들이 생각보다 모두 일찍 복직되어 저의 필요성? 혹은 소명이 다하게 됐었습니다. 그다음에 옮겨간 곳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지역지부 조직국이었습니다.

△ 이상윤동문이 노조활동시 입던 옷을 입고 업무를 설명하고 있다.

언론노조, 공공운수 노조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 딱히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학교와 뉴스타파, 머니투데이 등 인턴 기자 활동을 하면서 해직 기자들과 언론 분야 활동가들을 알게 되면서 언론노조, 언론구조 개선과 관련한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부터, 해고 기자 복직문제나 언론 구조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기도 했었습니다.

활동의 시점을 딱 잡아서 말하긴 어렵지만, 고등학교 3학년 당시던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광우병 소 수입을 둘러싸고 FTA 반대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2017년 촛불만큼이나 뜨거웠던 집회였는데 당시 FTA 문제 외에도 언론사 사장들을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채우면서 논란이 되었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 가게가 YTN 남대문사옥 근처에 있어 YTN의 파업을 직접 보았고, 시사 풍자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의 폐지 당시에는 이를 반대하는 ‘돌발영상 지킴이‘의 활동을 소극적으로나마 참여하며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친누나도 이런 활동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기에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게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걸 인턴 시절에 자주 말했더니, 졸업 즈음 해직자 중 한 분이 같이 일해보자고 연락을 하면서 민주노총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언론노조 다음 일했던 공공운수노조의 경우엔, 저는 본래 타 대학의 이공계생이었는데, 10여 년 전 다른 대학 1학년 때 노동조합과 IT를 결합해볼 거리를 찾아보다가 만난 노조 위원장님이 저를 추천해주셔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언론노조 활동은 대부분이 기사 편집이었는데, 공공운수노조에선 조직국 업무를 했습니다. 단순하게 조직사업이라곤 말했지만, 노동조합에서 조직업무란 교섭, 교육, 홍보, 조합원 상담 등 사실상 거의 모든 업무에 해당합니다. 사실 (일할) 사람이 항상 부족하다 보니까, 뭐 조직업무라면 조직업무, 선전업무라면 선전업무 이런 식으로 명확한 분업화가 된 체계는 아니라, 원치 않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민주노총, 노조의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의 노조법은 기업의 울타리를 넘기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법이라는 규제가 기업의 울타리 안에 노동조합들을 가둬두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지향점은 산업 전체를 묶는 산업별 노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별 노동조합은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계급적인 연대가 가능한 체계이기도 합니다. 산업별 노동조합을 만들어 장기적으론 사업장과 지역의 벽을 넘는 계급적인 연대를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대의 가치가 이러한 상윤님의 활동들에 영향을 미쳤나요?

(우리대학에는) 자본론에 대한 강의들이 많습니다. 자본론은 수치가 아닌 가치, 그리고 사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저서입니다. (이러한 강의를 듣고) 구조와 인간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 저의 노조 활동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노동대학)의 존재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실제 노조를 겪은 분들의 이야기를 대학 강단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사실 정식적으로 강의료를 내기보단 청강을 한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상윤님께 성공회대란 어떤 곳인가요?

‘기회’라는 단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학 당시 신문방송학과 수업 중에 ‘언론의 역사’라던가 ‘언론의 사상사’와 같은 수업을 되게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게 성공회대 외에선 거의 들을 수 없는 과목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이너, 비주류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회대에서만 들을 수 있는 과목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또, 그 과정이 현상보다는 제도와 구조를 조금은 더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상윤님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대학 학우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어학연수 기회가 생겨 부득이 노조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출국 금지가 되면서 지금은 공무원 노동 상담 및 권리구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만두고 나온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다만, ‘노동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하찮게 여기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그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는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아주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며, 살아온 것도, 학력도, 나이도 저와 매우 다른 60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많이 뵀는데요, 그분들 속에 자연스레 섞여가는 방법을 배우는 하루하루가 그 자체로 의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이 가진 신념이 굳건해야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즐기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제가 다양한 노조 활동을 3년 반 가까이하면서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나만의 지식을 활동과 결합하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공계 출신이면서 동시에 사회과학부와 신문방송학 학위까지 지녔습니다. 당시에는 어느 하나 깊게 배우지 못했기에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지만, 저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IT, 전산화와 노조 업무를 접목하는 일에 매진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노조에서 일할 당시, 모바일/웹 전환 사업을 혼자서 진행했었고 아직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그걸 활용하고 있는 점이 매우 뿌듯합니다. ‘자신만의 지식’을 사회운동과 접목할 줄 알고, 기획하고 나눌 때, 더욱더 훌륭한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노동조합 : 편집, 편성권 독립과 민주언론 실천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의 신문, 방송, 출판, 인쇄 등의 매체 산업의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

*공공운수노동조합 :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가스공사,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이 소속된 공공노조와 버스, 택시, 화물, 철도, 항공 등이 소속된 운수노조가 통합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최대 노동조합

취재 | 김지유 기자

사진 | 류영서 기자

[기획 | 인터뷰][포착,세상에 이런 회대인이:포세이대]

김지유 기자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 오늘처럼 힘겨운 날 혼자 있던 누군가 자기 속의 아이에게로 찾아가는구나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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