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류기자의 2개국어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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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자격증은 어떤 의미일까. 취직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 13년간 이어진 교육을 시험해보는 계기? 하지만 대학 강의도 버거운 대학생에게 자격증이란 밀린 과제 같은 존재일 뿐이다. 밀렸거나 늦었다고 해서 초조해 하지 말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한국에 사는데 어학 자격증이 왜 필요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함께한 하반기 신입직 구직자 1,306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취업 대비 현황’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0.4%가 취업 스펙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답했다. 흔히 취업을 위한 스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언급되는 항목은 자격증, 인턴 경력, 공인영어성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격증이란 바로 일에 뛰어들 수 있을 만큼 실무가 가능한지를 묻는 기업만의 방식이다. 하지만 본 기자는 위에서 언급된 정의와는 달리 실무가 아닌, 소통을 위한 언어를 배우고자 했다.

처음 어학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교환학생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올해 2월 어학원을 등록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시험이 취소됐다. 물론 모든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연기됐으며 해외 입국 조차 막혔다. 내 세상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더니, 자격증을 따야만 하는 새로운 계기를 찾았다. 우리대학은 일어일본학 주전공 또는 복수전공의 경우 졸업요건으로 JLPT 2급 혹은 JPT 550점 이상의 어학 능력성적이 필요하다. 일어일본학 전공을 선택한 본인은 졸업 전 급박하게 준비하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자신에게 맞는 시험을 선택하자

일본어능력시험에는 JPT와 JLPT 두 가지가 있다. JPT는 한국YBM에서 주최하며 거의 매달 시험 일정이 있고, 학문적인 지식의 정도를 측정하기보다는 이해능력을 측정한다. 이에 비해 JLPT는 국제교류기금 및 일본국제교육지원협회에서 주최하며 일본어에 대한 학문적 지식습득을 목표로 한다. JLPT는 JPT와 달리 7월과 12월, 1년에 2번 시험을 진행한다. JPT는 모든 수험자가 같은 문제를 풀고 점수를 받는 절대평가 방식이지만, N5부터 N1까지 수험자가 자신에게 맞는 단계를 선택할 수 있으며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학교와 회사별로 요구하는 시험이 모두 다르다. 꼼꼼히 확인해서 자신에게 맞는 시험을 골라 달려 나가 보자.

본 기자의 경우 현지인과 소통했던 경험이 있고, 드라마도 대부분 자막 없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어휘가 부족했기 때문에 JLPT N2를 준비했었다. N4와 N5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기 때문에 적어도 시작 단계라면 N3를, 대부분의 한자를 읽을 수 있고 듣기도 자신 있다면 N1을 목표로 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코로나19로인해 7월 시험이 중지됐고, 급한 대로 르포를 위해서 9월 20일 자 JPT를 접수했다. 시험 유형과 채점 방식 모두 다른 두 시험이었지만 나에게는 12월 시험을 기다릴 기억력도, 선택권도 없었다. 대부분의 언어 시험이 그렇듯, JPT의 시험 유형은 듣기 능력을 시험하는 청해와 문장 구사 능력을 시험하는 독해로 나뉜다. 보통 시험공부를 하면 기출문제를 풀어보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문제집을 살 시간도, 돈도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예상 문제를 뽑아서 풀었다. 문제 방식에 따라 공부를 하는 방법이 모두 다르지만, 한자의 경우 무작정 외우는 것만이 답이었다. 나에게 청해 공부란 매일과 같이 일본 드라마와 예능을 보는 것뿐이었다. 독해 같은 경우에는 1학년부터 매 학기 일본어 수업을 들으면서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지 않아도 복습할 수 있었다. 그래도 부족하면 문제집에 있는 한자를 직접 쓰면서 외우거나 일본어로 쓰인 일기를 읽었다.

책에 있는 일본어 문법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정리했다.

학습량의 체계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주일 내내 같은 공부가 계속된다거나 독해는 아예 하지 않는 주도 있었다. 이러한 습관이 계속되다 보니 독해가 발목을 잡았다. 한자에 취약함을 알고 있었지만 금방 까먹는다는 이유로 미루기만 했더니 한자가 나오기만 해도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분명 방학 때 다짐했던 자격증인데 눈떠보니 개강, 합격할 수 있을까..?

7월까지 다녔던 학원을 끝으로 나는 지금까지 놀랍게도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았다. 책을 펴놓고 핸드폰을 보거나 밀린 과제를 해치우기 바빴다. 이대로는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릴까 싶어 급하게 시험을 접수했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유형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시험이었지만 뭐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가볍게 임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만약 학교 수업이나 알바 등 여러 가지 일정으로 바쁘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알바와 과제, 학원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부담된다면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꾸리거나 교내 수업을 활용하자. 본 기자는 ‘네이티브 일본어 회화’, ‘스토리텔링 일본어’, ‘실용 일본어’를 수강했으며 현재는 ‘일본어 표현 연습’을 수강하고 있다. 요코야마 교수님의 경우 기초부터 친절하게 알려주시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금방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은 담보할 수 없다. 또한 대학 강의만으로는 아무래도 질문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이고 수강생이 많아 구체적인 답을 얻기 어려웠다. 6개월 동안 수강했던 어학원의 선생님은 학생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예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여 능동적인 태도를 이끌어냈다. 문제에 대한 추가설명을 넘어 효율적으로 푸는 법 등 경험으로부터 나온 비법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했다. 숙제하느라 복습을 못 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고, 학원을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듣고 본 것들을 숫자로 계산하지 못하듯이 누군가에게 내 실력을 증명하는 방법은 어렵다. 이러한 노력이 취업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 학원 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내내 말씀하셨던 말이다. 이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가장 보편적인 수단 중 하나가 시험일뿐 이론을 잘한다고 해서 실무까지 완벽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을 시험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기 위해서다.

기적은 없었다. 역시 나는 애국자! 

결론부터 말하면 시험을 망쳤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고 급박하게 어쩌면 르포를 위한 시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독해 문제는 건들지도 못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에 갔더니 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반기던 열화상 카메라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있던 교실은 나에게 그저 낯선 공간이었다.

JPT는 청해와 독해 각 100문제씩 총 200문제를 95분 안에 풀어야 한다. 모든 지문과 문제와 답이 일본어이기 때문에 지문뿐만 아니라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데에도 시간이 든다. 하지만 듣기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실 시험을 망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 분배를 잘못해서였다. 모르는 한자를 계속 본다고 달라지지 않는 만큼 내가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독해로 빨리 넘어갔어야만 했다. 어떤 시험이든 간에 꼭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고 영역별로 시간을 분배하는 연습을 하자.

시험이 끝나고 느꼈던 우울감도 잠시, 다음 시험을 위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생겼다. 자격증은 일정 지위를 취득하여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욕심일지도 모른다. 만점에 가까워지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은 결과보다 달았으며, 일정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조금은 내가 자랑스럽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취재, 사진 | 류영서 기자
2020년 11월호


류영서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학보사 사진기자 류영서입니다. 생생한 현장을 그리고 사람을 담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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