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짜 사장 김기석 총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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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사장 김기석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성공회대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모임 ‘가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건이라고 합니다.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23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성공회대 비정규직 미화 방호 노동자들과 노학연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노조탄압과 인권침해를 일삼는 관리소장의 교체를 위해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진짜 사장 성공회대와 김기석 총장님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달라는 요구를 계속해왔습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총장님을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합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고 노동자들이 총장님께 책임을 요구한 이후로 한동안 두문불출하셨던 총장님은 투쟁이 5주 차에 접어들었던 3월 30일, 드디어 학교에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날,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심각성을 총장님께 털어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달라는 정중한 부탁을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총장님께서는 원청인 성공회대는 노동자 문제와 관련하여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없고, 따라서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요구하는 사회적, 도의적 책임도 질 생각이 없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을 학교와 교직원들을 괴롭히는 ‘피해’라고 규정하셨고 법적인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를 던지며 자리를 떠나려 하셨습니다. 부당하게 해고당해 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의 억울함을,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관리자의 부당한 대우에도 침묵을 지켜야 했던 노동자들의 설움을 총장님은 결코 모르셨을 겁니다. 쫓겨나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 내기 위해, 노동자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관리소장을 내쫓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간절함을 총장님께선 전혀 모르셨으니 ‘피해’를 운운하셨겠지요.

  노동자 문제에 대한 총장님의 공감부 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진짜 사장으로서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마땅히 지셨어야 할 최소한의 책임들조차 나 몰라라 하시던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정해 놓은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지침은 비록 법률에 준하는 강제성을 갖지는 않지만, 용역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원청의 책임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원청은 용역업체의 선정단계부터 용역업체의 용역공급이 계속되는 일체의 기간 동안 용역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를 위해 용역업체를 수시로 감독, 관리해야 합니다. 성공회대의 사례에 대입해보면, 원청인 성공회대가, 진짜 사장인 총장님이 앞장서서 노동자의 부당해고를 방지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용역업체 관리소장의 노조탄압, 인권침해로 인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여 이러한 문제들이 불가피한 투쟁으로 폭발하기 전에, 노동자들을 관리소장의 횡포로부터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셨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해고노동자의 원직복직과 함께 투쟁이 노동자들의 승리로 마무리된 후인 지난 5월 중순, 총장님은 투쟁했던 노동자들을 불러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투쟁으로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총장님이 그동안 노동자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보여주셨던 무책임성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발언을 하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땅히 해결 하셨어야 할 노동자 문제를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려 하신 총장님이야말로 인권과 평화의 대학이라는 성공회대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장본인이었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공회대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공동체의 발전을 기원하며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성공회대 구성원들께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성공회대에서, 성공회대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냥 ‘성공회대 노동자’여야 합니다. 학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부인으로, 용역업체 파견직원으로 대하면서 차별하고, 외면하고, 유령 취급해선 안 될 것입니다. 진짜 사장인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성공회대 구성원들이 학내에 존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성공회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힘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강건(사과 3)

2020년 6월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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