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식이법, 논쟁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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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사고 조심, 또 조심해야” VS “조심해도 피하지 못할 수 있어”

이지은(가명) 씨는 매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 그는 어린이 보호구역(이하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불안하다고 한다. 최근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원래 스쿨존 앞에서는 주변을 살피느라 불안한 게 당연하다’라고 말하며 이 씨와 달리 현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사망 사고 시 무조건 3년 이상 징역형에 일부 운전자들 반대의견 일어나

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 시행됐다. 법이 시행된 이후 스쿨존에 들어설 때 불안감을 호소하는 운전자가 생겼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 등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에서 어린이 상해·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가중 처벌 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일부 운전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건 가중처벌 안이다.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이전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운전자의 과실 여부와 관련 없이 가중 처벌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라는 개정안 원안에는 없던 단서가 붙었다. 스쿨존에서 시속 30㎞ 이상으로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등 안전에 유의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가중 처벌에 해당한다.

“피할 수 없는 사고도 있다” 의견 제시돼

지난달 3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이른바 ‘민식이법 1호 사고’라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민식이법에 대한 논쟁이 심화했다. 영상은 횡단보도로부터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시속 30㎞ 미만으로 달리던 차량 앞으로 초등학생이 탄 자전거가 튀어나와 치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보행자가 도로를 가로질러 무단횡단하다 사고가 발생했으며, 인도 옆으로 펜스가 세워져 있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SNS를 통해 해당 영상이 확산 된 후 많은 이들은 해당 법안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이후 영상 속 보행자가 어린이가 아닌 만 13세 이상으로 밝혀져 ‘민식이법 1호 사고’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보행자의 나이를 가늠하여 사고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민식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줄어들지 않았다.

형벌 비례성 원칙 준수해야…. 개정 청원 35만 명

지난 3월 23일 청와대에는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 약 35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신호기 설치, 불법주차 금지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라고 밝히며 어린이 보호 구역 내에서의 어린이 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를 지지했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조속한 개정을 청원했다. 청원자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운전자의 과실이 있으면 고의만큼만 형벌을 집행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에서 받을 형량의 경우 윤창호법 내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고 지적했다. 청원자는 “음주운전과 같은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 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원자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보다 2배 이상 높은데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운전자로 하여금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 또 조심하라고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자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책임이 없으면 처벌도 없다’는 형법상 ‘형벌 책임주의’에 반해 우리나라 법체계에선 성립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인터넷을 통해 과장된 면 있다. 법안 전후로 교육 필요”,

“처벌을 줄일 것이 아니라 다른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민식이법을 지지하는 의견도 많았다. 스쿨존을 지나는 보행자들에게 인터뷰를 진행해 본 결과, 스쿨존 부근에 거주하는 남지웅(가명)씨는 “운전자들이 결국엔 보행자의 입장도 됨을 생각하고 횡단보도 우선 정지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운전한다면 결코 과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법안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이어 남 씨는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을 통해서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하며, 처벌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씨는 “확실한 처벌강화방식으로 민식이 법처럼 ‘법안’을 늘리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엄격한 운전 안전 교육이 필요하고, 또 법 시행 이후로는 해당 법안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밝히며 교육과 정확한 정보전달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함을 꼬집었다.

민식이법 외의 교통 사고법안의 처벌을 강화해서 형벌의 무게를 맞추자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었다. 스쿨존 부근에 거주하는 동미석(가명)씨는 “스쿨존 내 어린이 사고에 이렇게 엄격할 거면, 음주운전도 확실한 가중처벌을 받게 했으면 좋겠다. 스쿨존 내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운전자, 보행자 과실이 나뉘는 경우도 있으나 음주운전은 그 시작부터 오롯이 운전자 잘못이니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법안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민식이법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초등학교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민식이법의 효과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이 시간 동안,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의견을 보완한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

글 | 김지유 기자

* 민식이법 : 지난해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군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법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등을 설치하도록 개정한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관련 규정을 일컫는다. 어린이보호구역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정하는 구역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한문철TV 라는 유튜브 채널 <4705-. 민식이법 시행 첫날, 첫 사고가 올라왔습니다> 라는 영상. 마감일 04.20 기준 약 270만 회의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지유 기자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 오늘처럼 힘겨운 날 혼자 있던 누군가 자기 속의 아이에게로 찾아가는구나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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