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 피폭 75년, 한국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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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한국원폭피해자 구술채록 합천 캠프’ 후기

저는 지금껏 핵무기가 야기하는 피해와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핵전쟁 발발률이 가장 높은 한반도에서 살아가면서도 말입니다. 핵의 반인륜성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를 아시나요? 1945년 8월 6일, 9일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을 투하했습니다. 미국이 엄청난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원폭을 투하한 이유는 소련을 견제하고, 전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미국은 힘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인류를 도구로 사용한 것입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는 일본의 식민지배로 강제동원되어 피폭을 당했습니다. 이들의 고통은 1세로 끝나지 않고 2세, 3세, 4세까지 유전됩니다. 그러나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한 실태조사(전수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아 피해자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현재 생존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몇 명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에 명확한 실태조사를 하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한 해에 100여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정부의 움직임만을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전국의 청년들이 힘을 모아 구술채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성공회대에는 11명의 학우들이 구술채록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달에 2번, 서울과 인천에 계시는 원폭 피해자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한 해에 100여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속도는 턱없이 느립니다. 그래서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합천의 피해자들이라도 하루빨리 만나자는 목표를 가지고 전국의 구술채록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매 여름, 겨울 구술채록 캠프를 진행합니다. 저는 1월 13일~16일 합천 겨울 캠프를 기획, 진행하고 참여했습니다.

“출근했던 아버지가 온몸이 녹아 핏덩이가 된 채로 자식들이 걱정하며 돌아오셨어. 우리를 보고 안심이 되었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가셨어.”, “원폭이 떨어지고 나서 밖에 나가보니 시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쌓여있더라”, “하늘에서 나는 비행기 소리에 두 팔을 들어 하늘을 보시던 어머니가 원폭으로 두 팔에 심한 화상을 입으셨다”.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십니다. 이러한 기억은 무슨 큰일이 덮칠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일평생을 괴롭힙니다. 몇몇 피해자들은 치매로 기억을 잘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내가 일 년이라도 빨리 이분들을 만났다면 그땐 좀 달랐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와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직도 만나 뵈어야 할 분들이 많지만, 피해자들이 돌아가시는 속도는 너무 빠르고 여전히 구술채록은 턱없이 더디고 만나 뵈어야 할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살아있는 증언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나서야 합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를 만나 구술채록하는 일은 단순 이들의 역사를 자료로 남기고, 과거의 일을 해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 원폭 피해자 문제는 현재 우리의 문제입니다. 핵의 반인륜성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한국 원폭 피해자의 존재는 다시는 이러한 피해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합니다. 구술채록하다 보면 “핵무기로 인한 피해는 우리로 끝나야 한다.”고 울면서 호소하시는 분들을 많이 계십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언제든지 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는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일순간에 절멸시키는 핵무기는 사용되어선 안 됩니다. 평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전 인류의 바람이자, 한국원폭피해자들의 소망입니다. 더 많은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평통사 성공회대 소모임에서는 한국원폭피해자 구술채록과 관련한 학습을 진행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한국원폭피해자들을 구술채록하는 일에 힘 써주시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발걸음에 함께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글 | 김인아(사회2)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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