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교복 입고도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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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부터 만 18세 이상 청소년도 선거에 직접 참여  

고등학생이라도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면 투표 가능해

 지난해 우리나라는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은 선택이다. 가결 직전까지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청소년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첫 투표인 4월 총선이 오기 전에, 선거연령 하향조정안에 대한 공방을 다시 짚으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욱 주의해야 할지 살펴보자.

선거연령 하향 조정, 반대 50.1% vs 찬성 44.8% 용호상박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만 19세 이상인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것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사했다. 조사는 전국 성인 9,543명에게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해 최종 501명이 응답했다. 결과는 반대 응답이 50.1%였고, 찬성 응답은 44.8%로, 오차범위(±4.4%P) 내에서 반대의견이 5.3%P 높게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5.1%였으며, 진보층 대다수는 찬성 의견을, 보수층 대다수는 반대 의견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크게 ‘청소년의 판단능력’과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해석 차이로부터 찬반이 나누어졌다. 선거연령 하향 반대 여론(이하 반대 측)의 경우,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을 정치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미성숙한 존재로 정의했다. 또한, 고등학교를 포함한 교육공간을 정치화돼서는 안 될 곳으로 인식했으며, 정치가 교육환경 조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거연령 하향 찬성 여론(이하 찬성 측)은 청소년의 정치적 판단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교육환경의 정치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적 판단능력 미성숙해서 미성년?

 반대 측에서 미성년자는 정치적 판단능력이 낮은 존재라 선거권을 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교육구조로 인해, 고등학교 3학년은 입시에 집중해야 해서 다른 사안에는 관심을 가지기 힘들므로 정치적 판단 능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찬성 측은 청소년이 처한 입시경쟁 사회 또한 정치에 좌우되는 틀 안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입시경쟁 사회를 대한민국에서 섬처럼 분리된 것으로만 본다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마땅한 자격’을 갖추어야 선거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모든 이가 정치적으로 성숙해지는가?” 라는 반문을 부른다. 이 주장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자들 가운데 ‘정치적 성숙함’이라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성인 또한 정치참여에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를 통해 노년층의 정치적 성숙도가 청소년보다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해도 노년층의 선거권을 박탈할 수 없다. 정치 주체로서 선거권을 가지는 것과 대다수에게 정치적 판단력을 인정받는 것은 다른 갈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나라의 청소년층은 특정 문제에 대해 직접 논할 결정권을 가진 적이 없다. 달리 말하면 청소년은 반대 측이 말하는 ‘마땅한 자격’을 기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오롯이 다른 세상 이야기이던 정치를, 학생들의 사회에 넣어 청소년 스스로 더는 정치와 본인이 무관하지 않다는 책임 의식을 심어주어 정치적 성숙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선거권 나이를 점진적으로 하향해온 오스트리아는 위와 같은 논거에 기반해 현재 만 16세 이상의 국민에게 모두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동안 OECD 소속 국가들 가운데 대다수의 선거연령 기준이 만 18세 이하지만 오직 대한민국 선거연령만이 만19세였다. 만 18세를 마냥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선거권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절대적인 근거로부터 나온 주장이라기보다 오직 한국 사회 안에서 왜곡된 ‘청소년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나온 주장일 가능성이 크다.

미성년은 성인이 아닌 이의 미성숙한 면을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다. 그저 아직 ‘성년’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다. 선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해 적절한 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빌미로 마땅한 권리를 유야무야 미루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교육기관의 정치화 우려 논란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 교육 장소가 정치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찬성 측은 정치화를 문제로 삼을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정치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출범한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의 실무책임자다. 정 소장은 미디어 오늘 인터뷰를 통해 “독일 같은 경우는 10대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라며 독일의 19세 국회의원 안나 리어만을 예시로 언급한 바 있다. 안나 리어만은 10대 초반에 녹색당에 가입해 정당 활동을 시작한 청년 정치인이다. 정 소장은 “우리나라는 10대까지 입시 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하지 않나. 그래놓고 20대가 되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사회에 대한 자신의 소신이 있으라고 한다(이는 옳지 않다).”며 투표 연령 하향조정안에 지지를 표했다.

교육기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가, 선거 후보자들이 교육공간에 침입하여 무분별한 선전 활동을 하는 모습을 의미한다면, 이는 이미 공직선거법 106조에 따라 제제 되고 있다. 이 외에 교사들의 정치 편향적인 교육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또한 청소년층의 선거 기회 박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보다 교사에게 세부적이고 엄격한 규제를 매기고, 청소년에게 흔들리지 않을 바른 시야를 가지게 할 교육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청소년 참정에 앞선 교육은 특정 정치 성향을 학습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교육이 될 것이다. 현재 조희연 교육감은 초, 중, 고등학교의 모의 선거 교육을 계획하는 등 보다 청소년들에게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안을 펼치고 있다.

 젊은 정치, 젊은 사회가 온다 통계청과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4월 15일까지 만 18세가 되는 유권자가 14만여 명으로, 전체 총선 유권자의 0.5%가 안 되는 적은 숫자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만 18세 청소년이 투표권을 같는 것은 유권자의 실제 비율과 상관없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10대의 의견이 정치권에 직접적으로 닿을 수 있다는 것은, 청소년이 부모님에게 호소해야만 청소년 세대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학생에게도 투표지에 도장을 찍을 권리가 생겼다는 게 아니다. 청소년이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의 직접적인 주체가 되고, 정책 입안 과정부터 정치권까지 모든 공적 논의에서 그들의 몫이 당연하게 고려될 것이라는 큰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청소년층은 교육을 비롯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정책의 대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웠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만 18세를 향한 선거연령 하향조정은,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시초가 되어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해 나가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정치권은 정책 시행에 앞서 학생사회의 시선도 의식할 것이며, 그동안 비율에 비해 과소평가되었다 할 수 있던 청년층의 목소리는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다.

지난해 선거연령 하향을 요구하며 43일간 농성을 벌인 촛불 청소년 인권법제정연대는 개정안 통과 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만 18세 선거권은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마중물이자 청소년을 배제하는 정치판을 뒤엎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선거연령 하향은 청소년의 정치를 위한 초석이며, 장차 피선거권 연령을 하향하는 등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독려할 방안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총선부터 10대 학생 사회에도 정치의 문이 열린다. 이제 진정한 젊은 정치, 젊은 사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글 | 김지유 기자

 

김지유 기자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 오늘처럼 힘겨운 날 혼자 있던 누군가 자기 속의 아이에게로 찾아가는구나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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