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0] 질문지까지 확인하는 주간, 검열 앞에 힘없는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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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0 특별기획/대학언론인으로 산다] ⓶ <가톨릭대학보> 검열

“(대학에게) 이용되는 느낌이 강하다.”
“거의 홍보팀 같다.”
“(돈) 받는 만큼, (검열) 받는 것 같다.”

대학의 학보사 검열이 심각하다. 가톨릭대학교 산하 언론기구 가톨릭대학보사가 <성공회대학보> 창간 300호 기획 인터뷰에서 학보사의 검열 문제를 어렵게 꺼냈다. 가톨릭대학보사 김다빈 편집국장(사진)과 이수진 사회부장(사진)이 말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주간교수가 기획 단계부터, 기사 마감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다.

아이템 선정, 기사 본문, 인터뷰 질문지, 취재원 대신 섭외까지

가톨릭대학보사는 주간교수가 거의 모든 과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검열 문제로 논란을 빚은 타대학도 발행 직전에 주간교수가 개입하는 정도였다. 김 편집국장은 인터뷰 당일도 교수님의 업무 메시지를 받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교수님한테 회의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야 한다. 교수님이 다 알고 싶어 하신다. 어떤 기사를 내는지 알고 계시고, 교수님이 (판단하기에) 시의성이 맞지 않거나, 발행되기에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면 (발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다빈 편집국장(가운데)이 가톨릭대학교의 검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간교수의 개입이 크다보니 편집국장의 역할도 상당히 제한돼 있다. 가톨릭대학보사는 편집국장이 취재기자들의 기사를 마감해 주간교수에게 보내면, 주간교수가 기사를 ‘수정’해서 다시 편집국장에게 보낸다. 이 기사는 곧 최종기사고, 편집국장은 그대로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한다. 사실상 주간교수가 편집국장인 것이다. 김 편집국장은 “참담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주간교수가 기사 직접 수정
아이템 시의성 없다며 ‘잘려’
인터뷰 질문지까지 관여하기도
대부분 대학 우호적인 교수가 주간 임명돼
주간교수마다 다른 검열 정도

더 큰 문제는, 기사 내에 주간교수의 주관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이다. 이 사회부장은 가톨릭대의 한 처장과 한 인터뷰 기사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처장과의 인터뷰 기사를 (평)기자가 홍보기사처럼 써서 ‘우리가 홍보지도 아닌데 왜 그렇게 쓰냐’며 (홍보기사처럼 보이는) 문장들을 다 지웠다”라며 “그러고 교수님께 올라갔는데 문장이 전부 고쳐져서 ‘그 사람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러거나 ‘대학에 장밋빛 미래가 넘치는 듯했다’ 이런 식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가톨릭대학보>가 지난 9월 22일 홈페이지에 올린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선정, 이동현 교수를 만나다’ 기사에 ‘자신감도 내비쳤다’와 ‘장밋빛 미래가 넘실거렸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인터뷰 대상이나 인터뷰 질문지도 마찬가지다. 가톨릭대학보사는 지난 23일 원종철 가톨릭대학교 총장과 인터뷰했다. 주간 교수가 직접 총장 인터뷰 일정을 잡아줬다. 평소 학생들이 총장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 가톨릭대학보사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을 통해 학우들이 총장에게 할 질문을 받았다. 김 편집국장은 “주간교수님이 질문을 다 빼고, 다시 적은 질문지를 저에게 주셨다”라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질문 중 하나가 ‘총장 직선제 TF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주간교수는 질문마저 제한했다. 

지난 10월 2일 <가대학보>가 가톨릭대학교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올린 게시글.

대학비판 기사 싣지 못해…학교 홍보지로 전락

가톨릭대 「학보사 규정」 제2장 제7조에는 ‘편집인은 주간으로 하되, 학보 발행 전 과정에서 편집국장과 긴밀히 협의한다’라는 규정이 버젓이 존재한다. ‘긴밀한 협의’는 곧 검열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주간은 총장이 ‘위촉’한다는 조항(제2장 제8조)은 총장이 원하는 사람을 앉힐 수 있도록 정당화한다. 이 사회부장은 “대체로 학교 우호적인 교수가 임명된다”고 말했다. 아이템 선정부터 검열 당하니, 대학비판 기사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김 편집국장은 “수습기자 당시 ‘대학거부’라는 주제로 칼럼을 썼던 것을 제외하면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보> 홈페이지에 게시된 40개 넘는 김 편집국장의 기사 중 단 하나였다. 그마저도 경쟁사회에서의 대학을 비판한 것이지, 대학본부를 비판한 기사는 아녔다. 김 편집국장은 “저희는 학교 행사보도가 1순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회부장이 “홍보팀 같다. (돈) 받는 만큼, (검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교수 성향 따라 왔다갔다…교수의 전문성 부재 비판도

대학언론에서 편집권 침해는 잊힐 때쯤 등장하는 이슈다. 올해 5월 <서강학보>(서강대)가 주간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전면 백지 발행했다. <대학신문>(서울대)와 <청대신문>(청주대)는 2017년, <서울여대학보>(서울여대), <상지대신문>(상지대), <동대신문>(동국대)은 2015년, <한성대신문>(한성대) 2014년, <가톨릭대학보> 2013년 등 여러 대학이 편집권 침해를 받았다. <가톨릭대학보>는 이중에서도 주간교수의 반대로 발행조차 되지 않았던 사례다. 과거 주간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1면을 백지 발행한 적 있는 한성대신문사의 현 편집국장인 장선아 편집국장은 “(주간교수가) 이번에 무엇을 다루느냐, 이번에 어떻게 취재를 하냐 정도로 (말한다)”며 “편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율한다”고 밝혔다. 한성대신문사 정명아 기자는 “주간교수님 바뀌실 때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주간교수마다 검열의 정도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주간교수가 학보사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홍대신문사의 경우 주간교수와 상호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홍대신문의 홍준영 편집국장은 “사실 (주간교수와) 같이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대신문 이소현 부편집장은 “오히려 (학교 비판하는 것을) 더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언론학 전공 교수가 아닌 교수가 주간을 맡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대학언론 취재에 앞장서 온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주간교수는 왜 교육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저널리즘 전공이면 모르겠는데, 아닌 경우가 많았다. 왜 언론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주간교수를 할까. 주간교수의 전문성 부재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가톨릭대학보 편집국장은 “언론학 교수가 없는데 교양이나 전공 상관없이 주간을 맡는 것부터가 문제다”라고 말했다.

2013년도 발행 중지 이후 바뀌지 않은 <가대학보>, 폐습 끊어야

2013년 가톨릭대학보 기자가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시위했을 때 쓴 팻말. 학보사 사무실 앞에 오래 방치돼 있다 보니 색이 다 바래졌다.

가톨릭대의 학보사 검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총장을 비판하는 기사와 관련해 주간교수의 반대로 발행 중단된 적 있다. 당시 학보사 기자들이 항의 시위를 하며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으나, 현재 가톨릭대학보사에 남아있는 것은 시위 당시 썼던 팻말이 전부다. 빠르게 인원이 교체되는 대학언론 특성상 과거의 투쟁은 대부분 과거로밖에 남지 않는다. 역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편집권의 독립을 규정화해야 한다. 주간교수는 ‘조언자’로만 남아야 한다. 김 편집국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검열받는다는 사실이) 정말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고 일어날 때다.

글 | 김승준 기자
사진 | 류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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