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고] 불쌍한 북극곰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위한 상상

84

<걷기만 하면 돼>(강상구 저, 루아크)를 읽고

이세동(사과 4)

 천생 문과생인 제게 우주는 미지의 영역을 넘어 공포스러운 영역입니다. 억만금을 준대도(막상 준다면 고민할 것 같습니다만) 우주는 못 갈 것 같습니다. 특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그래비티>라는 영화를 볼 때 그 공포가 극에 달했었는데, 1시간 반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영화관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감정에 압도된 건 어떤 공포영화를 볼 적보다 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섬뜩합니다. 제게 우주는 너무 두려운 공간입니다. 산소도 없고 중력도 없고….

 그런데 막상 현실에선 산소도 중력도 체감하지 못하고 삽니다. 너무 당연해서 그렇습니다. 너무 당연히 있는 거라 있는지도 모르는, 딱 그 느낌입니다. 우리 주변엔 산소나 중력같이 너무 당연해서 너무 중요하고, 또 너무 당연해서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게 많습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그렇고 친구와의 우정도 그렇습니다. 

 요즘 따라 그런 것이 한, 두 가지씩 느껴지고 있습니다. 느껴지지 못하던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건, 당연한 것이 부재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기후 문제가 특히 그렇습니다. ‘찜통’이라는 표현이 어떤 느낌인지 단숨에 이해될 정도로 더웠던 지난여름, 40도가 넘는 폭염이 수일 지속한 유럽의 이번 여름, 10월까지 태풍이 오던 이번 가을, 모두 이상기온 현상입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던 기후의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말, 사실 다 알고 있는 이야깁니다. 몇 년째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저 멀리 유럽에선 기후문제를 해결하라며 학생들이 등교 거부를 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고, 알래스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빙하가 녹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선 “전례 없던 방법으로”, “전시체제에 준하는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제 기후변화가 더는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인류의 생존 위기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바로 대안에 대한 이야깁니다. 강상구 작가는 저서 <걷기만 하면 돼>에서 그 ‘새로운 상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 즉 ‘기후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방안으로 ‘녹색 기본소득’을 제시합니다.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이나 걸어서 이동한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겁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타지 않는 만큼의 화석연료 사용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모든 국민에게 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 제도에서 기후행동을 더한 상상입니다. 자동차가 없어서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저는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걷기만 하면 돼>에서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자전거를 타고, 걸어서 출퇴근을 하면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 주장합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사소한 걸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동력은 우리 생활의 사소한 변화에서부터 시작될지 모릅니다. ‘녹색 기본소득’ 제도가 사람을 바꾸고, 도시를 바꾸며, 나아가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소개하는 건, 궁극적으로 우리 일상의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되는 생활의 혁명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질문은 추후의 문제입니다. 핵심은 상황을 인지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일 그 자체입니다. 작가는 걸어서 세상을 바꾸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상상입니다. 이런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avatar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