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00] “성공회대 학생사회,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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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호 특집 대담

이제는 ‘위기’라는 말이 학생사회를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을 정도로, 오랫동안 대학의 학생사회는 위기였다. 성공회대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학우들의 무관심, 학부제의 불통, 총장직선제 요구 등 성공회대학교 학생사회의 문제와 위기는 분명히 있다. <성공회대학보>는 300호를 맞아 학생자치기구 대표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공회대학교의 학생사회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특수성이 있을까. 그리고 우리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몇 년간 학생사회에 관해 얘기해볼 장이 없었기 때문인지, 대담에 참석한 이들 모두 기다렸다는 듯 자기 생각들을 쏟아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대담에서 이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학생사회를 향한 학우들의 희망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사회자: 양준하 기자
참석자: 박상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회장, 심승현 동아리연합회 비대위원장, 여현주 총학생회장, 이훈 인권위원장

왼쪽부터 여현주 총학생회장, 심승현 동아리연합회 비대위원장, 양준하 학보사 취재기자, 박상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회장, 이훈 인권위원장.

구글에 “위기의 학생사회”라고 치면 수십 개의 기사가 나온다. 잘 보면 2004년 기사도 있다. 십여 년 째 계속, 늘 학생사회가 위기였다는 거다.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누기에 앞서 다들 성공회대의 학생사회가 위기라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위기라면 왜 위기라 생각하나.

박상은(이하 상은): 당연히 위기다.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학부제가 도입되며 많은 게 붕괴됐고, 새로운 게 들어오기조차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추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너무 많고. 전공생들이 뭔가 해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교무처 내에서도 제대로 논의된 것이 없고 시범으로 실행하는 것들이 많아서 불안정한 학생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이훈(이하 훈): 위기라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학생사회가 무너진 건 꽤 오래됐고, 무너진 상태로 오래 있어서 재건이 안 되고 있다. 그 상태가 유지되다 보니 학생들이 점점 학생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고 다른 길을 찾는 것 같다. 학생사회 재건을 위한 인재는 학내에 충분히 있는데 모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여현주(이하 현주): 위기가 지금, 이 순간만은 아니고 길게 이어져 왔다고 생각한다. 책임 기구를 세우지 못하는 게 성공회대 학생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성공회대 학우들, 학생사회에 관심 많다. 그런데 이것에 책임질 수 있는 상황과 여건도 되지 않을뿐더러, 학우 각각이 자신의 앞길을 챙기기엔 대학교 4년이 너무 짧다. 그 때문에 학생사회에 결의를 다지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지 않나 싶다. 

심승현(이하 승현): 온몸으로 위기인 것을 느낀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도 2년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동아리들이 동연에 대해서 잘 모르는 느낌도 받는다. 계속 선거가 무산되는 것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위기로 느껴진다. 오히려 비대위의 ‘비상’이 긴급한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누군가는 이끌어가겠지’, ‘비대위가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이 퍼져있다.

많은 이들이 학생사회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어떤가. 성공회대 학생들도 학생사회에 무관심한 것 같나. 그 무관심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현주: 총학 자체적으로 학부제 학생회 회칙 검토하는 TF팀 구성해서 진행하고 있다. 총회 정족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공, 반대표 현황을 보니까 선거로 선출된 곳이 삼분의 일밖에 안 된다. 학부 정기총회도 학생회 운영에 대해서 나누고 평가하고 검인받는 자리인데 학부제 이후 성사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무관심 때문에 그렇다기보다 오래된 체제가 현 학부제 상황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총회 제도나 대의원제 같은 것이 만들어졌을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아주 다르다. 옛날 회칙이나 학생회 문화가 지금하고 맞지 않아서 침체된 것이지, 단지 무관심의 척도를 드러낸다고 말하기엔 모순인 것 같다. 

훈: 조금 생각이 다르다. 무관심이 분명 있다. 이 무관심은 결국 신자유주의와 이어진다. 대학생들은 공부도 해야 하고 스펙도 쌓아야 한다. 그것과 더불어서 (제가 나온) 인문계 고등학교만 해도 시스템 안에서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익숙해졌고, 회의를 시키면 마냥 앉아만 있었다. 의견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 말이 선생님들에게 먹히지 않았던 경험을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이 학생자치,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상은: 단면적으로 말할 수 없다. 앞으로 말할 것들과 전부 연결되는 얘기다. 무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무관심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릴 수 없다. 무관심하게끔 만드는 것은 사회고, 또 바뀐 학부제와 맞지 않는 기존의 제도 안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정기총회가 너무 형식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껏 사람들 모아놨는데, 이야기의 장이 되고, 공론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총회에 참가해도 자신의 목소리가 학생사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학생사회가 침체한 이유와 맞물린다. 그런데도, 그러니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생회는 학우들 개인의 무관심을 탓할 수 없고, 학우들은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피드백도 해 줘야 한다. 

각자 이러한 무관심을 해결코자 무엇을 했는가.

상은: 노력은 당연히 소통이었다. 어떻게든 알아야 오는 거니까. 카톡을 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으로 온라인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챙겨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업이 너무 많아 흘러듣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1년은 짧은 시간인데 학생회라는 단체가 전부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회가 너무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회의 얼굴, 학생회의 이름, 학생회의 분위기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게 퍼졌을 때 궁금증이 생기기고 피드백 할 것들이 생긴다. 

승현: 동아리 사람들에게 우리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고민하고 있다. 가장 효과 있는 건 직접 만나는 거니까 정기공연에 참여 해 동연의 존재를 알게 하거나, 대표자회의에서 만나곤 하지만 대표자만 만난다는 한계가 있다. 

훈: 인권위는 대표성을 가진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하기에 어렵다는 느낌 받는다. 학생 사회에 실망한 학우들이 다른 단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런 점을 어떻게 하면 다시 학생 사회로 데리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스카웃 제도를 만들었다. SNS도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뚜렷한 원칙을 가지고 자치활동을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어떤 원칙을 가지고 학생자치에 임하고 있는가. 

상은: 미컨 학생회의 기조는 배제되는 사람들이 없는 학생사회다. 절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다수결로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다수결을 반영하는 것과 다수결을 무조건 시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안에서 누가 소수자성을 갖고 있는가?’,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디에서 삭제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하나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이 학생사회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만들 수 있다. 학생사회가 힘이 없다곤 하지만 학생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달라지게 할 수 있다. 평등과 가까운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승현: 준비를 하지 못 한 채로 구성돼 특별하게 이런 기조를 가지고 이끌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못한 게 아쉽다. 그럼에도 최대한 동아리들이 활동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여유롭게 만들고, 안전한 활동 할 수 있는 제도나 시설을 구축하려 노력해왔다.

훈: 당연한 얘기지만 인권위는 교내 약자의 편에 선다가 기본적인 기조다. 성공회대 인권위원회만의 특징을 말하자면, 인권위원이 번아웃(Burnout syndrome)이 오거나 오려 할 때 언제든지 쉬고 올 수 있게 한다. 누군가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효율성과 활동가를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늘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학부제’. 학부제 시행 이후 학과 학부, 선/후배 간에 소통이 단절됐다는 불만들이 자주 나왔다. 학부제에서 오는 소통 문제가 있는가.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상은: 학부제가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획일적인 교육보단 유동적인 학습 부분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누구의 결정이었는가?’이다. 학과에서 학부로 변하는 게 절대 학우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학부제로 개편을 하면서 학교는 학교대로 신뢰를 잃었고, 학과는 학과대로 각 과만의 장점과 특성을 살릴 수조차 없게 됐다. 학생들이 논의과정에 함께했다면 조금 달랐을 것이다. 과와 학부의 단절은 분명 있다. ‘콘텐츠’라는 이름만으로 전혀 다른 흐름의 학과가 합쳐져서 논란이 있었다. 선배와 후배라는 위치성을 주지 않고, 관계망 회복 개인과 개인의 만남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훈: 학부제로 덩치가 커진 상태에서 학생회가 학부생 한명 한명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누가 연결해주지 않으니 직접 친구와 관계망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동아리·학회·소모임이 더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분야도 다양해져야 한다. 얼마 전 보니까 술 모임이 생겼더라. 그런 식으로 그냥 노는 모임도 필요하다.

상은: 동의한다. 학부 단위는 너무 크다. 우리의 소속감을 학부 소속감으로 가져가면 안 된다. 2년 뒤면 다 전공으로 바뀔 텐데, 그 전공 안에서 또 소속감을 가져가야 하지 않나. 학생회가 전공생과 함께하는 사업을 할 때 한 학부단위로 따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4개 학부가 같이 하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이미 학부일 때부터 전공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장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 학부의 소속감을 위해 학부는 학부대로 노력하고 총학은 총학대로 노력하는 것보다 모두가 힘을 합쳐 통합된 장들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렇게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성공회대에선 좀 특이하게 운동권이 환영 받는 것 같다. 이런 학내 분위기가 학생사회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상은: 학생회가 왜 만들어졌는가 생각해봤을 때, 학생의 권리, 청년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럼 그건 어쩔 수 없이 운동권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이지 않은 게 어디있나. 학생회가 학생의 주권을 갖기 위해서 투표를 통해 만들어진 기구이고, 그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그게 절대 교내 안에만 있지 않고 연대가 필요하면 외부로 나서야 하는 게 당연하다. ‘운동권’이라서가 아니라 학생회라는 단체가 당연히 가져야 하는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주: 탄생부터 뭔가 저항 또는 비판의 성격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기구이다 보니까. 학내 상황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권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을 때도 사실 그런 부분들이 그냥 단순히 테이블에 앉아서 그냥 해달라고만 하면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으니까.

상은: 조금 더 얘기를 하자면 만약에 학생의 복지를 위해서 학생회가 존재한다면 그게 과연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건 ‘대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주권을 이야기 할 때 앞장서지 못하면 과연 그걸 대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학기 초에 진행됐던 교육권 투쟁이나 복사실/문구점 연대, 또 총회까지 성공회대 학생사회에 희망을 볼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럿 있었다. 이 흐름에 네 분 모두 꾸준히 참석하신 거로 안다. 그러면서 느꼈던 감정들 또 아쉬웠던 부분들 함께 나눠봤으면 좋겠다.

상은: 학생회가 아니라 학생이 먼저 움직였던 운동이라 늘 참석하면서 창피했다. 함께 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학우분들이 먼저 진행했는데, 정작 총무처랑 교무처랑 얘기할 때는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가야 하는 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총장이랑 면담을 할 때도 대표자들만 만나길 원했을 때 그걸로 엄청 싸웠다. 지킴이와 분노한 학생들이 사실 이걸 주도했고 이 안에서 함께 했는데, 어떻게 지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일 중요한 실무협의에서 뺄 수 있는지, 원칙이라는 것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전체학생총회가 성사됐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다. 총회 이후에 흐지부지됐다. 

현주: 제일 아쉬운 건 개강하고서 촉발된 모든 교육에 관련된 불만들을 끌고 갈만한 학생대표자 기구가 당시 부재했다는 점. 당선되자마자 중간고사가 있었는데, 이때 ‘글로컬IT전공 폐지’ 관련해서 한창 논란이 됐다. 5월 말에서야 총회를 했고 그때야 요구안을 전달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에 종강하면서 당시 운동에 참여했던 단체들을 TF로 묶었었는데, 그 TF모임이 방학 때 한 번도 모이지 않았다. 연대의 중요성을 다 같이 느꼈지만 이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다. 방학을 하니 확실히 아무도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없고, 결국엔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만 이걸 해결하게 됐다. 3월부터 진행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복사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11월 6일 기준). 계약하려고 했다가 조금 더 미뤄지게 됐다. 절대평가도 학교가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구 구조개혁평가)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1, 2점 차이로 국가장학금을 못 받기도 하니까. 이런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마음이 헛하다. 학우와 교직원 교수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상은: 학교에 요구해야 하는 것과 국가한테 요구해야 하는 것을 분리해야 한다. 이번에 학교한테 요구한 건 대학기본역량진단을 바꾸라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원치 않은 상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함께 소통하고 결정하는 작업을 거치자는 것이었다. 그건 국가와 상관없는 부분이고 학교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까 3월부터 시작해서 했으면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를 하셨는데 저는 약간 의문점이 든다. 전달은 됐겠지만 결국은 그걸 선택하는 결정권에 있는 사람이 우리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총장 직선제까지 가져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학교본부가 학우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생긴다. 그러면 학우들 의견도 많고, 변화도 눈으로 보이게 할 텐데, 그게 전혀 안 되니까…. 결국 결정을 누가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가져가야 한다.

총장 직선제 얘기가 나왔으니 권한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다. 학생자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마땅한 권한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 성공회대에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 것 같나. 

현주: 총장 직선제에 대한 논의가 너무 다른 문제들에 가려져서 논의되지 못했지만, 궁극적으로 실현돼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권한은 예산의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서 학생회가 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 예산이 계속 줄고 있다. 우리 학교가 아무리 작은 학교라 해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학교도 작고 돈도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너무 우리 스스로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요구를 할 때는 해야 하지 않나. 

훈: 인권위가 가진 제일 두드러지는 한계는 ‘권고’의 한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권고이다. 학교에 전문가로 구성된, 학생의 의견도 같이 듣는 공식관리기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교내 수업에서 학우들이 차별·혐오 발언을 듣는 상황이 발생할 때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 이런 기구가 있다고 느낄 때 학생사회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상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이 없다. 그냥 의견전달의 수준에서 그친다. 그래서 학생 사회 안에서의 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부 단위에서 갖는 권한은 학부제 시행으로 오히려 커진 것 같다. 학생회가 4개로 줄어서 중앙운영위원회 안에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고, 전달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4개밖에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학교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협의할 때 각 단위에 다 물어본다. 그러나 이러한 만족은 너무 일차원적이고, 더 나아가서 의견이 시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할 힘이 있어야 한다. 

성공회대의 공동체성을 생각할 때 ‘예민’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사소하고 일상에서 신경 쓰지 않는 것들을 챙기려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공동체성을 ‘예민한 연대’라고 명명하고 싶다. 각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학 공동체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현주: 학생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생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양심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양심이 무슨 모양인지가 중요하다. 학생회를 하면서 양심에 찔리는 경험이 있으면 주춤한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필요하고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찔린다는 게 내가 어느 위치고 어느 생각을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이니까. 보지 못하는 것을 보려고 하는 것. 이게 우리 학교의 특색이다. 이러한 특색 때문에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까지 포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 생각한다. 

승현: 여기서 하나 더 추가하자면, 학생회를 하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소속된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학생사회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각자의 위치에서 학생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자기가 소속된 학생사회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처럼 주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훈: 대리가 아니라 대표자는 ‘호방’함 그런 게 있어야 한다. 왜냐면 특히 성공회대 학생사회의 대표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내 안의 양심에도 찔리고, 밖에서 들어오는 비판도 많고, 내가 하는 일 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본인이 계속 되새기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그런데 둘 중에 무엇을 가져가야 할 때 작은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물론 그게 사람이라면 버려선 안 되겠지만).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 연대가 약간은 과도하게 예민해져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소수자성 너의 소수자성, 나의 ‘PC(정치적 올바름)’함과 너의 PC함 이런 게 서로 대결하는 느낌이 있다, 이게 마치 내가 더 핍박받았다고 ‘불행 배틀’이 되면 끝이 없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리더의 호방함, 결단력이 필요하다.

상은: 맨 처음 떠올랐던 것은 보이지 않는 차별에 조금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이다. 무지에서 오는 차별에 초점을 둬야 한다. 우리가 지금 차별과 혐오의 사회를 어떻게든 타파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속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고 폭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계속 무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많이 하고 있다고 느끼거나, 겉으로 많은 걸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더 위험하다. 그런 무지에서의 차별을 계속해서 깨고 인정하는 작업이 적어도 학생회에서는 이뤄져야 한다. 

오늘 나눈 얘기들, 여러분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고민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나눈 얘기들이 함께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300호 특집 대담 “성공회대 학생사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이렇게 마치려 한다. 참석해준 여러분 모두 감사하다.

글 | 양준하 기자
사진 | 서예원 기자
취재 지원 | 이규빈 기자, 류영서 기자, 황혜진 기자, 박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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