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알았을까, 가까워서 더 반가운 도시의 ‘응달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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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들지 아니하는 그늘진 곳, 응달. 도시엔 똑같은 건물들에, 화려한 네온사인에, 꺼지지 않는 건물 조명에 가려진 ‘응달’같은 공간들이 있다. 그 그늘진 곳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는 이들이 있다. 작지만 꽉 차 있고, 꽉 차 있어 자세히 보고 싶다. 가을을 맞아 우리 대학에서 30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 응달공간들을 엄선했다. 가까워서, 더 반갑다. 

부천 자유시장에 숨어있는 독립서점 – 오키로북스

우리대학과 가까운 근사한 책방이 있다. 부천자유시장 옆 큰길에 있는 여성의류 매장 옆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근처 시끌시끌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평화로운 공간, ‘오키로북스’가 나타난다.

오키로북스는 독립서점이다. 과거 책 만들고 글을 썼던 사람들이 부천에 모여 좋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책방지기’로 일하고 있다. 책방지기들은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이 입고신청 한 책 중, ‘오키로북스와 어울리는 출판물’을 엄선하여 들여놓는다. 공간이 넓진 않지만, 추천도서와 베스트셀러, 신간, 문구 코너까지 있을 건 다 있다. 책방지기들이 직접 책을 읽고 짧은 추천사를 적어 견본 책에 붙여놓기도 하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표지만 구경해도 읽고 싶은 책이 한가득이다. 에세이부터 시집, 소설집, 다양한 장르의 책이 있다. ‘양말에 대한 찬사’를 주제로 한 귀여운 책부터, 자신의 유구한 ‘덕질’ 역사에 대한 은밀한 책 등 장르를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책도 있다. 금세 독립출판물의 사소하고, 솔직하고, 일상적인 매력에 빠질 것이다. ‘내가 만약 책을 만든다면 어떤 내용, 어떤 모습으로 만들게 될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다.

단순히 책을 사고 읽는 것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만들기 워크샵, 인디자인(출판물 편집 프로그램) 워크샵, 독서 모임과 필사 모임도 있다고 하니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워크샵은 전부 책방지기들이 능력을 적극 발휘하여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온라인 모임도 있다.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활력적인 일상을 기대할 수 있다. 10월에는 ‘글쓰기 원정대’라는 워크샵이 열린다. 각자 쓴 글을 가져와서 피드백을 주고받아 책을 만들기 위한 원고를 완성한다. 신청방법과 다른 워크샵 소식은 오키로북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빠르고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책방지기는 오키로북스가 글쓰기와 독서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오키로북스에 한 번 방문하면 책을 읽고 싶어지고, 두 번 방문하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책방지기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기 때문인 듯하다.

가는 길: 우리 대학에서 오키로북스 서점에 가는 길. 버스를 타면 총 20분 정도 걸린다. 유한공고, 성공회대학교 정류장에서 88번, 83번 버스를 타면 부천자유시장 정류장에서 내리면 서점 입구를 바로 찾을 수 있다.

그 많던 여공(女工)들은 어디로 갔을까 –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지금은 ‘G밸리’ 또는 ‘가산/구로 디지털단지’라 부르는 가산동, 구로동 일대는 오랫동안 ‘구로공단’으로 불려왔다. 1960년대 중반 최초의 국가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된 ‘구로공단’은, 한때 국가 수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수출 사업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후 구로공단은 8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지금의 디지털단지로 변모했다.

‘수출 100억 불 달성’, ‘한강의 기적’에 밑거름이 되었던 구로공단. 그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대통령도, 기업가도 아니라 그곳에서 하루하루 성실히 일한 ‘노동자’들이었다. 고된 노동환경과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 ‘벌집’이라 불릴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 당시 노동자들의 삶은 어둡고 우울했다. 그러나 구로공단 노동자들은 그 어둠과 우울을 이겨내고 운동과 연대를 실천했다.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은 이런 구로공단 노동자들, 특히 대다수를 차지했던 ‘여공’들의 삶과 투쟁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실제 노동자들이 살던 쪽방(벌집)을 개조했다. 방별로 특성을 나눠 당시 노동자들의 애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하의 쪽방 체험관에는 당시 노동자들의 주거지를 그대로 재현해 놨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 신기하면서도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했던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함이 몰려온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인데, ‘기적’만 남고 ‘노동자’는 지워졌다.”(가발공장에서 일했던 배옥병 전 서통노조위원장의 발언) 그들의 노력과 투쟁이 더 많은 수출,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모두 당시 그들의 희생에 빚을 지고 있다. 그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일 것이다. 

(가는 길)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은 가산디지털단지역 1번 출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왼편으로 50m 간 후, 우측 골목으로 진입해 3분 정도 직진하면 보인다. 

도심 속 오아시스로 풍덩 – 무중력지대 G밸리

모두 바삐 움직이는 G밸리 사이에 어울리지 않게 느긋한 공간이 있다. 이름부터 눈이 가는 ‘무중력 지대’. 화려한 빌딩 숲, 무채색으로 칠해진 내부의 사무실들을 지나면, 완전히 뒤바뀐 공간이 등장한다. 초록으로 칠해진 바닥, 곳곳에 알록달록한 가구들, 경쾌한 음악까지 무중력지대 G밸리는 그 입구부터 ‘색’다르다. 청년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하는 그 이름의 뜻풀이처럼 청년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하는 청년 공공시설이다. 

무중력지대의 최대 장점은 편안하다는 것.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눈치 주는 이 없고, 다양한 책들도 만날 수 있다. 공유주방도 있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한 번 가면 계속 가고 싶은 곳이다. 무중력 지대에서는 세미나실을 제외한 다른 시설을 전부 무료, 세미나실 역시 시간당 5,0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가 가능하다. 무중력 지대는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활동이나, 문화예술체험 사업 등 다양한 청년지원활동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무중력 보습학원 가을학기’가 열렸다. 언어, 경제, 사회, 과학, 예술이라는 5대 교양을 구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가을 나들이. 멀리 가는 게 피곤하다면, 잠시 무중력 지대에 들려 마음과 몸, 지식을 충전하는 것 어떨까. 

가는 길: 성공회대학교·유한공고 앞 정류장에서 75번 버스를 타 가산디지털단지 정류장에서 하차하거나, 온수역 7호선으로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내려 8번 출구로 나오면, 우림 라이온스벨리라는 건물이 보인다. 그 건물 6층에 무중력지대가 있다. 30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글·사진 | 이규빈 기자, 양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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