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내 표가 죽은 표라니! 선거제 개혁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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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불러올 정치의 변화

어릴 적 반장선거에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자신이 투표한 후보자가 당선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표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 그 의미는 사라진다. 이렇게 낙선한 후보자의 표를 정치권에서는 죽은 표, ‘사표’라 한다. 자신의 투표가 사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정치에 대한 무력함에 빠지기도 한다. 사표 문제를 해소하고자 도입된 것이 ‘비례대표제’다. 지역구 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정당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온전히 따로 선출하기 때문에, 지역구 선거에서 버려지는 사표를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의 사례는 현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 당시 발생한 사표 비율은 무려 50.32%에 달했다. 실제로 의석수와 득표율 간에 괴리가 있었다. 분석 결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율보다 각각 16석, 41석의 의석을 더 획득했지만,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7석, 21석을 손해 봤다. 사실상 지난 총선은 전체 투표용지의 절반이 휴지통에 버려진 ‘사표 선거’였으며, 제대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 선거’였다.

이러한 낭비를 막고자 선거제 개혁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지난달 1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개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 의석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었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의석을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나누고, 당선된 지역구 의원 수를 뺀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제도다. 예를 들어, 총 300개의 의석이 있고, A 정당이 30%의 정당 득표율을 획득했으며, 60개의 지역구에서 승리했다고 가정하자. A 정당은 얻을 수 있는 90개 의석(300석의 30%) 중 지역구의원 수인 60개를 제외한 30개 의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가져간다. 단, 여야 4개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은 정당 득표율의 50%만 부분적으로 연동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다음 가정 상황에서는 30개의 의석 중 50%인 15개의 의석만 가져갈 수 있다.

그림으로 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현된다면 국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대학 정치학과 정해구 교수는 인터뷰에서 국회 구성원이 다양해질 것을 기대했다. 정 교수는 “비례대표제가 강화될수록 소수정당에 유리하다”라며 “기득권 정당은 국회 절반을 넘기기 위해 좋든 싫든 소수정당과의 협치를 이뤄야 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다원적인 국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비례대표제의 강화는 국회 내 여성 정치의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20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전 세계 여성 국회의원 평균인 23.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여성 국회의원 상당수가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에 따라 당선됐다는 점을 볼 때, 비례대표 강화는 더욱 평등한 성비의 국회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는 소신 있는 투표가 가능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있어도, 당선 가능성이 없다면 유권자는 당선 가능성이 큰 차선의 정당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않아도 전체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가져갈 수 있으니, 유권자는 자연스레 지지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있다.

선거제가 바뀐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정당은 없다. ‘누굴’ 뽑느냐는 유권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반의 표가 버려지는 현 선거제를 유지한다면 한국 정치는 결국 그대로일 것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 새롭게 정해야 할 때다.

글 김태영 기자

시각자료 이규빈 기자

2019년 4월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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