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기고]“느티나무를 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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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신문방송학전공

최영묵 교수

우리대학 캠퍼스 ‘식물계’가 달라지고 있다. 좋은 소식도 있고 나쁜 소식도 있다. 좋은 뉴스로 학교 곳곳에 텃밭이 생겼다는 점이다. 새천년관과 게시판 사이 공터와 일만관 뒤 대나무숲 옆의 산자락에 도시농부를 꿈꾼다는 일부 교직원들이 남새밭을 일구고 있다. 그 텃밭에는 감자와 토마토, 각종 상추와 가지 같은 채소가 자라고 있다. 성공회대 농림연구소(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에코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다른 일들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나쁜 뉴스는 새천년관 앞에서 학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던 것으로 보이는 느티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얼핏 죽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아래쪽에 있는 몇 개의 큰 가지를 잘라낸 상태고 남은 가지 중에서도 몇몇은 시름시름 말라가고 있다.

우리대학 캠퍼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새천년관 느티나무다. 이 느티나무는 고향마을 어디에나 있는 당산나무처럼 성공회대를 지켜온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다. 20년 전 새천년관 등 학교 건물을 새로 지을 때도 ‘거취논란’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살아남아 우리 대학의 ‘중앙’이 되었다. 우리는 그 잎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봄이 옴을 실감했고 여름이면 그 너른 품이 만든 그늘에 모여 열 받은 몸을 식혔다. 암튼, 많은 성공회대 사람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일의 성격에 무관하게 언제나 그냥 ‘느티아래’서 만나며 산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느티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가장 오래 사는 나무다. 그래서 고목이라고 하면 통상 느티나무를 일컫는다. 느티나무 잎에 기생하는 벌레는 거의 없지만 새들이 잘 깃들고 양질의 목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불평 없이’ 잘 자라기 때문에 ‘나무의 황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 대학에는 느티나무 말고도 다른 많은 나무가 더불어 살고 있다. 한 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캠퍼스를 돌아다녀 보면 캠퍼스 모든 나무의 그 종류와 수를 헤아려 볼 수 있다. 회향목이나 영산홍, 사철나무나 화살나무와 같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키 작은 관목들을 제외하고도 ‘의외로’ 많은 나무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벚나무(산벚과 왕벚)로 60그루 정도가 자라고 있다. 이어 단풍나무 27그루, 측백나무와 노간주나무 등 향나무류 23그루, 목련 22그루, 밤나무 13그루, 은행나무 12그루, 참나무 11그루, 느티나무 10그루, 소나무 9그루, 주목 6그루, 라일락 5그루 순이었다. 감나무(4그루), 모과나무(4그루), 살구나무(2그루), 복숭아나무(1그루), 산사(1그루), 대추나무(1그루), 보리수나무(1그루) 등 유실수도 있다. 그 밖에도 자연드림 앞에는 스트로브 잣나무 5형제가 당당하게 서 있고, 피츠버그홀 앞의 자태 고운 녀석은 백송이다. 일만관 좌우의 후박나무는 ‘군계이학’이라 할 만하고 무궁화와 자목련도 있는데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캠퍼스의 모든 나무는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성공회대 ‘개척시대’에 직원들이 학교 근처 산에서 캐다 심은 산벚나무도 있고, 일부 교수들이 임용기념으로 식목한 나무들도 있으며 유명한 정치인의 정원에 얻어다 심은 거대한 단풍나무도 있다. 나도 10년 전쯤 어느 봄날 이른 새벽 시간에 은밀하게 은행나무 한그루를 심은 적이 있다. 집에서 기르던 분재였다. 녀석은 은행보다도 작은 잎을 달고 내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았다. 그해 봄 죽지 못해 연명만 하는 녀석을 보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 사실 내가 학교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다 그 은행나무 덕분이다.

새천년관 느티나무는 우리 캠퍼스에서는 ‘최고령’이지만 천 년 이상 된 느티들에 비하면 ‘청년’이다. 우선 이 느티가 왜 말라가고 있는 원인을 규명하고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 우리 대학에서 말라가고 있거나 죽어가고 있는 것이 이 느티나무뿐인지 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느티의 선물’이다.

2019년 6월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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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고 수목의 기세가 약하다. 최영묵 신문방송학전공 교수는 본지 6월호에 ‘느티나무를 살립시다’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느티나무가 말라가는 원인을 찾고 살려낼 방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