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드러나는 39년 전 광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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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이 필요한 이유

△ 지난달 13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주한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오른쪽)씨와 허장환 전 보안사특명부장(가운데)이 기자회견을 열고 증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한국일보)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이하 광주 항쟁) 당시 전두환이 광주를 방문했으며, 헬기 사격을 비롯한 시민들을 향한 사격명령을 지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달 13일, 당시 미 육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두환이 1980년 5월 21일 12시경 헬기를 타고 광주 제1 전투비행장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시에 도청 앞에서 사살이 이뤄진 것을 보아 직접 사살 명령을 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신군부는 계엄군을 광주에 보내 정권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시민들이 반발하자 계엄군은 21일 정오,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사격을 시작으로 광주 곳곳에서 시민 살상 행위를 벌였다. 엄연한 국가 폭력이자 시민 학살이었다.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은 자신이 광주를 방문하지도 않았고 직접 발포나 사살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으며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의혹을 극구 부인해왔다. 그러나 이번 증언을 계기로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39년 전 사건의 진실이 지금도 새롭게 밝혀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아 있던 신군부 세력이 광주 항쟁의 진실을 은폐하고 변조해왔기 때문이다. 첫 진상규명은 1988년 ‘광주 청문회’에서 이루어졌다. 노태우 정부는 전두환의 사과 성명 발표와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 발표 등의 유화책을 시도해 문제를 종결지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군과 정보기관은 관련 기록을 광범위하게 폐기했다. 광주 청문회는 교착 상태에 빠졌고, 광주 항쟁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주요 정치 의제에서 멀어져갔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후에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은 다시금 본격화된다. 1995년 12월, 마침내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였으며, 전두환, 노태우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들을 처벌했다. 몇몇이 재판을 받았을 뿐, 현장지휘 책임자, 잔혹한 현장진압 실행자,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을 체포하거나 처벌하지 않았다.

올해 초, 광주 항쟁에 대한 망언들이 쏟아졌다. 김진태,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5.18 진상규명 공청회’에서였다. 이종명 의원은 공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시 ‘폭동’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 씨도 참석했다. 지 씨는 “5.18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며 광주의 영웅들은 이른바 북한군의 부역한 부나비들”이라며 광주 항쟁을 깎아내렸다. 사실에 대한 왜곡 수준을 넘어선, 광주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는 미약한 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광주 항쟁은 명확히 밝혀지지도, 깨끗이 청산하지도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를 왜곡하고 깎아내리는 일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올해에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광주 항쟁이 일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다음 해에도 이러한 모습을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5.18 민주화 항쟁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초석은 이미 마련되어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5.18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자유한국당이 조사위원 추천을 지연함에 따라 지지부진한 상태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 존경받아야 마땅한 민주화 운동이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더는 이러한 대접을 받지 않도록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해 광주 항쟁이 가진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40년 전, 지금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민주화 열사들에 대한 늦은 보답이며, 광주를 향한 도를 넘은 망언에 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글 김태영 기자

2019년 6월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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