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역은 없다’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정상화에 앞장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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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TV가 있는가? 있다면 당신의 가족 혹은 당신은 KBS에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텔레비전수상기(TV)를 소지한 자는 수신료를 의무로 납부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KBS 구독자인 셈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9년간 수많은 ‘구독자’들을 등 돌리게 한 KBS를 향해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신뢰 잃은 KBS, ‘암흑기시절 보도들4대강, 세월호, 국정농단

공영방송은 사영방송처럼 기업의 자본과 광고로 자금을 얻지 않고, 국민들의 수신료를 통해 운영된다. 그렇기에 공영방송은 높은 수준의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내외에서 공공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는 그중에서도 ‘정권의 하수인’이었다. 일례로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여론이 많았음에도 KBS는 축소 보도로 일관했다. 천주교단 사제 4분의 1이 넘는 1104명이 성명한 ‘4대강 사업 반대 공동성명문’도 보도하지 않았다. 4대강 공사가 환경파괴를 낳는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에서 KBS는 ‘4대강은 녹색 뉴딜’이라며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만 내보냈을 뿐이다. 땡전뉴스(80년대 KBS가 뉴스 시작을 알리는 음성 ‘땡’과 동시에 앵커가 전두환을 언급하는 행태의 보도를 비하하는 말)와 다를 바 없었다.

2014년 4월 16일,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KBS는 다른 방송국들(YTN, MBN, MBC, 채널A, TV조선, 뉴스Y)과 함께 “학생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내기도 했다. KBS는 최초 보도한 MBC의 정정 보도 ‘이후’ 뒤늦게 오보를 내 혼란을 가중했다. KBS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의 고함과 거친 항의의 음성을 제거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를 두고 “(KBS의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와 거친 항의는 ‘불만 사항 건의’가 됐고, ‘고함’은 사라지고 ‘박수’만이 남았다. JTBC나 현장에서 생중계된 영상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라고 비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 KBS는 사건을 타 방송사에 비해 적게 보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16년 9월 20일 한겨레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첫 보도 당일 KBS는 이를 보도하지 않고 북한의 선전만을 보도했다. 국정농단 진행 중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논조를 보이는 보도와 더불어, JTBC의 1/3 정도의 적은 보도량을 보여줬다. 보도 내용에서도 방송사가 새롭게 취재한 뉴스는 부족했고, 받아쓰기 수준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대부분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KBS가 특보로 낸 보도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이라는 대형 오보를 남겼다. 출처:KBS새노조

이러한 보도 사태들을 겪으며 다양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KBS의 신뢰도는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내부구성원(기자, PD, 아나운서 등)들도 더 이상의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은 할 수 없다며 일어났다. 총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고대영 전 KBS 사장과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직장을 떠나 임금도 받지 못한 채 141일간 투쟁했다. 작년 1월 결국 고대영 전 KBS 사장과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이 물러나면서 KBS 총파업은 막을 내렸다. 이후 양승동 사장 체제의 KBS는 공영방송의 의제설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사사건건’과 ‘시사본부’ 등 시사 비평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그리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등장했다.

자사 비판의 대가 저널리즘 토크쇼 J’

‘저널리즘 토크쇼 J’(이하 저리톡)는 KBS 1TV 매주 일요일 10시 30분에 방송하는 언론비평프로그램으로, 사회적 이슈들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프로그램은 성역 없이 자사비판, 타사비판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 씨의 스캔들을 두고 정준희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KBS가 김부선 씨를 단독으로 인터뷰한 방식은 잘못된 방식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보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KBS 방송에서 KBS의 보도를 비판한 것이다.

저리톡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저리톡은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TV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도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증가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J 라이브’를 진행하여 지난 방송의 베스트 댓글을 읽는 등 시청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고자 노력한다. J 라이브에서는 매주 ‘주목할만한 보도’ 코너를 진행해 해당 뉴스(기사)를 보도한 담당 기자와 직접 인터뷰를 가진다.

J라이브 7회 방송분. 저리톡은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서 시청자의 뉴스 접근성을 높였다. 출처:유튜브 캡쳐.

시청자들이 저리톡을 사랑하는 이유는 ‘눈높이에 맞춘’ 심도 있는 분석과 비평에서 나온다. 이는 본방송 21회 ‘삼성 분식회계와 언론의 세 가지 나쁜 짓’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삼성의 분식회계(회계사기) 사건을 잘 요약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 문제를 세 가지로 잘 정리해 시청자들에게 좋은 회차로 남았다.

KBS, JTBC를 바라보며 저널리즘 개혁을 논하다

공개방송 ‘깨어난 시민 J’에서 공개한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J’ 1위는 ‘JTBC는 어떻게 신뢰도 1위가 됐나’라는 제목의 방송이다. 해당 방송에서 저리톡은 JTBC를 분석하며 KBS를 비판했다. 그중 인상적인 부분은 연성화된(오락적이고 가벼워진) KBS 보도를 둘러싼 내용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박근혜 집권 1년 차에 민주노총 전국 국민파업대회가 열린 것에 대해 “KBS는 그 집회를 단신으로 보도하는 정도였고, JTBC는 제대로 보도했다. 그런데 그날, KBS와 MBC가 똑같이 ‘도다리쑥국’이라는 음식을 주요한 아이템으로 보도했다”라며 “왜곡이 있더라도 주요한 아이템은 다뤄야 하는데, 아예 그 자체를 다루지 않는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KBS 뉴스의 ‘접근성’에 대한 비판도 함께했다. 매체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SBS는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등 다양한 뉴미디어 저널리즘 브랜드를 잘 활용하고 있다. 반면, KBS는 뉴미디어의 무대에서 활약이 미미한 편이다. 정준희 교수는 “온라인 영역에서 공영방송의 존재감이 크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온라인에서 가짜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줄어든다”며 “가짜뉴스 퇴치에 공영방송의 존재감이 없다는 건, 신뢰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가짜뉴스의 사실 여부를 가려낼 때, 언론이 판단 기준이 되어야한다. JTBC는 ‘팩트체크’라는 코너를 통해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KBS도 ‘팩트체크K’ 등을 운용 중이지만 효과는 적다. 정준희 교수는 “KBS의 심각한 문제는 새로 만들어지는 매체 영역에서 제대로 된 정보 가치를 실현하지 못했다”라며 KBS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본방송 12회에서 정준희 교수가 KBS를 비판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쳐

저리톡은 늘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꾸실 수 있습니다’라는 대사로 마무리를 장식한다. 정준희 교수는 지난해 12월 30일에 진행한 공개방송 ‘깨어난 시민 J’에서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저널리스트의 자유와 독립과 전문성은 시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지원으로부터 가능한 것입니다. 부패한 권력에는 까칠하지만, 정의로운 시민들에게는 겸손한 조력자가 되는 전문적 저널리스트. 각자의 지식과 정보를 내어 민주주의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깨어난 시민 J가 이제 서로 만나야 합니다. 새로운 저널리즘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 새로운 종류의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참여하고 지지하고 성원하고 협력하며 함께 걸어갑시다.” 현재 KBS 정상화가 가진 최대의 숙제는 지난 9년 동안 권력에 의해 억압받아왔던 저널리스트의 자유고, 그 저널리스트의 자유는 우리들의 지지로부터 실현된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꾸실 수 있습니다.’ 이 마무리 대사를 기억하자.

글 김승준 기자

2019 3월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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